'부활 더 골든 데이즈' 서채송, "임호와 슈의 열정에 감탄했어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1.21 17: 57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조영남이 가요계에서 천연 기념물 대접을 받았던 사례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최근 정통 클래식과 대중 음악의 만남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성악가의 가수 변신이 전혀 낯설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게 요즘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서 성악으로 학사 학위를 딴 뒤 이탈리아 2년, 미국 보스턴에서 다시 5년동안 유학까지 한 서채송(29) 씨는 뮤지컬 배우이자 보컬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 서달라는 제의를 거절하고 대중과의 눈 맞추기에 나선 젊은 성악가라니. 초겨울 어느 날, 무대 뒤편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열정과 기쁨으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
"보스턴 유학시절, 지역 교회 크리스마스 공연 때 디즈니 뮤지컬 영화들의 테마곡들을 부를 기회가 있었어요. 관객 분들이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회가 남달랐는데, 결국 제 진로가 바뀌는 계기가 됐습니다. 비록 큰 역은 아닐지라도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하고 배우들과 함께 춤출 때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제가 배운 성악 지식들을 나누는 일에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서씨는 지난 1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성악 전공의 유학파라는 이력 때문에 당시 김진영 감독으로부터 배우들의 보컬 트레이너를 겸해달라는 독특한 제안을 받았다.
"뮤지컬 배우도 첫 도전인데 보컬 트레이너도 같이 하라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제가 무대에 서서 직접 체험하고 느끼면서 (보컬을)다른 배우들에게 가르치다보니 적응이 빨랐어요. 특히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아역 배우들이 많았던게 많은 보탬이 됐습니다(웃음)".
서씨는 ‘사운드 오브 뮤직’ 후 두 번째로 뮤지컬 '부활 더 골든데이즈'에 캐스팅 됐다. 데뷔 무대에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이번에도 보컬 트레이너를 함께 맡았다. ‘부활 더 골든데이즈’는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과학자 석주명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로 임호, 슈, 배슬기 등 인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서씨가 연예계와 첫 인연을 맺은 셈이다.
"슈 언니와 슬기 씨는 대한민국의 유명한 아이돌 스타들이잖아요. 두 분이 제게 아이돌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아이돌 스타가 된다는 게 어느 정도 행운이 작용하지 않는가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슈 언니는 슬기 씨와 더블 캐스팅이었지만 자기가 쉬는 날에도 극장에 나와 열심히 연습하는 거예요. 그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도 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가르치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고마울 따름이죠."
슈와 배슬기는 가수 출신이라 오히려 보컬 트레이닝에 힘이 들었다고 했다. 이미 자신들의 창법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 이에 비해 배우인 임호는 백지 상태에 그림을 그릴수 있어 빠른 진도를 보였다고 했다.
"임호 오빠는 '부활 더 골든 데이즈'가 첫 뮤지컬 출연이셨어요. 연기는 아주 오래하셨지만요. 일반인 보다 음색이 좋았고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복식 호흡을 단련했기 때문에 무대에서 대사와 노래할 때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게 장점이었습니다. (뮤지컬 연습 시작부터)처음과 끝을 비교했을 때 정말 빨리 많은 걸 습득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쉬지않고 노력하는 열정이 대단했고요."
'부활 더 골든 데이즈'에서의 보컬 트레이닝은 서 씨에게도 산 경험이 됐다. 미국의 저명한 보컬 코치인 지니 리먼 프렌치가 한국에 머물면서 이 뮤지컬의 메인 레슨을 맡았던 까닭이다. 서 씨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롱런 뮤지컬 '미녀와 야수'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연급으로 활약한 지니 리먼 프렌치의 통역을 겸하면서 많은 걸 보고 배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성악을 했던 그녀를 한순간에 사로잡은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페라는 다른 나라 언어로 돼 있어서 사실 깊이 빠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뮤지컬은 우리 말로 우리 관객들 앞에서 공연한다는 것에 많은 매력을 느꼈고요. 클래식 공연보다는 휠씬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뮤지컬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갔겠다는 서 씨. "제게는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즐겁다”며 활짝 웃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 성악가이자 뮤지컬 배우다문 면모를 유감없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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