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구단들이 4번 타자를 두고 고민을 거듭할 때, 최소한 롯데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바로 이대호라는 걸출한 4번 타자가 묵직하게 중심을 지켰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4번 자리를 확실하게 꿰찬 이대호는 2011년까지 7년 간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로 발돋움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올 시즌, 롯데의 가장 큰 과제는 '포스트 이대호' 찾기였다. 홍성흔, 전준우, 강민호, 황재균, 박종윤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4번으로 기용됐지만 그 누구도 거인이 떠난 자리를 100%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홍성흔이 4번으로 타율 2할8푼9리(263타수 76안타) 12홈런 56타점, 강민호가 타율 2할6푼8리(142타수 38안타) 6홈런 23타점으로 활약했을 뿐이다.
그랬던 홍성흔까지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 진통 끝에 친정인 두산으로 복귀했다. 이대호가 자리를 지킬 때는 4번 타자 걱정은 없던 롯데지만 홍성흔까지 없는 2013년은 올해보다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현재까지 후보는 크게 3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신임 박흥식 타격코치는 전준우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전준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번 타자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시즌 타율 2할5푼3리 7홈런 38타점, 4번 자리에서 타율 2할2푼5리 2타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박 코치는 전준우가 올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팀 거포는 전준우와 강민호 뿐"이라고 전폭적인 믿음을 드러낸 박 코치는 "전준우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다만 배트 스피드보다 힘으로 치려고 하는 게 문제인데 단점을 보완해 장타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호에 대해 박 코치는 "포수인 만큼 4번은 조금 부담스럽다"며 "그렇지만 장타력은 더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강민호는 올해 1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에서 가장 많은 대포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23개의 홈런을 기록한 만큼 내년에는 조금만 더 보완하면 충분히 20개의 홈런을 넘길 수 있다는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또한 강민호의 장타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부담이 없는 타순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한 명의 후보는 '다크호스' 김대우다. 올해 2군 남부리그를 평정한 김대우는 내년 시즌 중용이 확실시된다. "김대우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힌 박 코치는 "2군에서 봤을 때 여기 있을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데 그것만 보완한다면 껍질을 깨고 나올 선수"라고 확신했다.
이대호가 독차지하던 롯데 4번 타자 자리, 2012년은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는 '군웅할거'였다. 물론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떨어졌고 팀 홈런과 장타력 역시 급락했다. 2013년을 기다리는 3명의 4번 타자 후보 가운데 '포스트 이대호'의 칭호를 얻을 자가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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