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전패’ 러시앤캐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22 07: 05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면죄부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무기력하다.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1라운드 전패의 수모를 당한 러시앤캐시의 위기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21일 아산 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리그 선두 삼성화재를 상대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단순한 1패가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력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을 드러냈고 선수들의 몸 상태도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예견된 사태였다. 2008년 우리캐피탈의 이름으로 야심차게 창단한 드림식스는 모기업인 대우자동차판매의 경영이 악화되며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팀 해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시즌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구단으로 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는 속만 썩였고 동기부여도 문제가 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5위에 그쳤다.

올 시즌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러시앤캐시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있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선수들과 박희상 전 감독과의 불화까지 터지며 비 시즌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뒤늦게 김호철 감독을 영입하며 다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계는 뚜렷하다. 김 감독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훈련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제대로 된 몸 관리를 하지 못했고 그 와중에 애써 쌓은 조직력까지 깨졌다는 의미다. 러시앤캐시 선수들의 몸 상태는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이적한 최귀엽 민경환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3라운드 이후에나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화재 시스템에 대한 적응도 있겠지만 기초적인 체력조차 다른 선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전부터 “2라운드 이후에는 조금씩 우리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시즌을 병행하는 터라 팀 정상화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홍석 신영석 등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라 배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남자배구의 미래라는 점에서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경우는 문제가 더 커진다. 러시앤캐시는 아직 인수기업을 찾지 못했다. KOVO가 백방으로 뛰어 다니고 있지만 불경기에 배구단을 인수할 기업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아산시에서 대략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드러난 것도 하나 없다. 이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까지 축 처져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성적까지 부진하면 인수기업은 더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수렁의 굴레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러시앤캐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승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러시앤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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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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