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4년 전에도 ‘내야 요원은 많다’라는 평가를 받던 현 소속팀이 경쟁 체제 확립을 통해 데뷔팀으로부터 내야수를 뽑아갔던 전례가 있는 데다 쓰임새가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4년 전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 전례로 이적했던 이원석(26, 두산 베어스)이 데뷔 팀 롯데 자이언츠로 재트레이드될 가능성은 과연 있을까.
두산은 지난 19일 FA 시장에서 베테랑 우타자 홍성흔(35)을 데려왔다. 홍성흔은 1999년 일약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며 신인왕이 되었고 2008년까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선수. 그러나 첫 번째 FA 자격 획득 시 두산과의 우선 협상 기간에서 계약 성사에 실패한 뒤 타 구단 협상 기간이던 11월 하순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두산은 12월 초 롯데에서 내야수 이원석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당시 두산의 선택은 예상 외의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이유는 내야진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던 두산이 또 한 명의 내야수를 추가했기 때문. 원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이원석이지만 당시 두산에는 상무 제대한 손시헌과 2007~2008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던 이대수(한화)는 물론 김재호, 신인으로 입단한 허경민 등 유격수 요원이 많았다. 여기서 이원석이 입단하면서 두산에는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가 넘쳐났다.

이원석 지명 배경에 대해 당시 두산을 맡고 있던 김경문 감독은 “경쟁 체제 확립을 통한 동반 상승 효과를 노린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원석은 안정적 포구는 물론 재빠른 송구 동작을 인정받아 3루 등 다른 포지션에서도 효용 가치가 컸던 유망주. 2009년 이원석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 2할9푼8리 9홈런 50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탰고 2010시즌에는 8월 오른손 중지 골절상이 있기 전까지 준수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4시즌 동안 이원석은 타격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적어도 두산 내야 수비에 있어서는 필수 요원으로 힘을 보탰다.
그 이원석이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있을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원석의 보상선수 재이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두산에서 가장 3루 수비가 좋은 이원석인데다 롯데는 이미 주전 3루수 황재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의 현재 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재이적 가능성이 솔솔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홍성흔의 이적으로 인해 두산 선수단 맏형 김동주의 향후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 사실. 김진욱 감독은 그에 대해 “김동주도 경쟁에서 이긴다면 4번 타자 자리와 주전 3루수 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올 시즌 중후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109경기 2할9푼1리 10홈런 48타점을 올린 윤석민이 걸린다. 이미 병역을 해결한 윤석민의 원래 포지션은 3루다. 1루 수비가 좋아지기는 했다고 하지만 그의 파괴력에 비하면 수비력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고 이원석을 묶기는 병역 문제가 걸린다. 이원석의 경우는 2014시즌까지 군입대 없이 뛸 계획. 2년 전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승선 고배를 마셨던 이원석은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다. 2년 후 나이 제한에 걸려 상무는 입대할 수 없지만 경찰청 입대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원석의 대표팀 승선 및 병역 특례가 보장되지 않은 만큼 두산 입장에서 윤석민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타선의 상징으로 활약하던 김동주를 배제한다면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 공세를 피할 수 없다.
만약 이원석이 20인 보호 선수로 포함되지 못한다면 롯데는 그를 선택할 것인가. 변수는 이원석의 수비 다양성이다. 이원석은 최근 2~3년 간 3루를 주포지션으로 삼았으나 사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다. 롯데 시절에는 2루수로도 심심치 않게 나왔으며 2007년에는 박기혁을 제치고 선발 유격수로 출장한 적도 많았다. 그동안 수비에 비해 기록 상 타격이 저평가되기도 했으나 이원석은 두산 내에서 떨어지는 변화구 공략 능력이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냉정히 보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병역 해결 문제가 남아있어 보호선수 한 자리를 내주기 아까운 대신 안정적인 수비 다양성을 갖춘 선수인 만큼 타 팀이 충분히 탐 낼 만 한 선수다. 두산이 이원석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롯데는 이원석을 리턴시킬 것인가. 홍성흔의 복귀는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의 보호선수 명단 작성에 커다란 고민을 안기고 있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