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울산 현대는 지난 2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41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서 3-3으로 비겼다. 울산은 3-1로 앞서다가 3-3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결과에 상관없이 선수들을 칭찬,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울산은 순위 싸움이 진행 중이었지만 더 이상의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베스트 11 중 1~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선발에서 뺐다. 사실상 2군 선수들이 출전한 셈이다. 김 감독은 "힘을 뺏다기보다는 이제 순위 싸움은 힘들다. 지난 수원전(18일 0-0)까지는 노려 봤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음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을 위해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부상 방지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며 "울산서 전주로 이동하는데 한 두 발자국이 아닌 4시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컨디션도 이상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동기부여가 사라졌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3위 싸움에서 멀어진 만큼 선수들의 의욕도 저하될 수 있다는 것. 김 감독은 "아무리 머리를 짜도 동기부여를 할 방법이 없다"면서 "나도 선수를 해서 알지만 동기부여가 안되면 정신이 느슨해져 부상이 잘 발생한다. 물론 선수들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2군 위주의 출전은 김호곤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받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힘들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전북은 총력을 다했음에도 울산을 막지 못했다.
물론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기량차가 확실한 만큼 전북의 추격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이 때문에 김호곤 감독은 2골 차 리드서 동점을 허용했음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오늘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오랜만에 투입된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직접적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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