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대기업 수직계열화 막는 희망은 '맨파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1.22 10: 59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를 만든 정지영 감독이 한국영화인들의 '맨 파워'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맞설 수 있는 힘이라고 역설했다.
정지영 감독은 지난 1월 개봉해 '기적의 흥행'을 보여준 영화 '부러진 화살' 직전 13여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 하지만 그는 '영화판'을 촬영하면서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배급/VIP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다큐영화 '영화판'(허철 감독, 정지영 윤진서 주연, 12월 6일 개봉)에서 영화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한국영화판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 정지영 감독은 왜 공백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새 나는 아무도 찾지않는 감독이 됐다"라고 스스로 고백한다.

이런 고백과 함께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는 영화 감독이든, 인기 유명 감독이든 입을 모아 예전의 정치 검열과는 다른 대기업에 의한 상업적 검열이 이 시대 영화계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해 현 영화계 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 말미 정지영 감독은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정지영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미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해달라는 주문에 "영화의 미래를 그린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판'을 만들 때 (영화) 중간에 '어느 새 나는 아무도 찾지않는 감독이 됐다'라고 스스로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화 '부러진 화살' 고사 장면이 나온다. 영화 마지막에 보면 한국영화의 미래를 암담하게 봤던 정지영이 마지막에는 영화인의 열정으로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부러진 화살'이 나왔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변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또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은 스태프, 연기자들이 도와줘서 된 것이다. 그 '부러진 화살'은 대기업에서 투자받은 것이 아니다. 열정이 영화를 있게 했다. 영화인들의 열정이 있는 한 대기업 권력을 향해서라도 살아날 것이다"라고 자신의 신념을 전파했다.
즉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리우드에서 보면 놀랄 만한 '광기'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 영화인들의 '맨 파워'는 영화 제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영화판'의 연출을 맡은 허철 감독은 "'부러진 화살'을 보고 '아, 영화는 계산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란 것을 느꼈다. 관객이나 사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뚝심있게 하면 되는구나란 것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정말 좋은 메시지가 담긴 두 편으로 현재 한국사회를 적셔주고 계신다. 그러면서 나 역시 자신감이 붙었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정지영 감독은 '작은 영화'를 위해 한국 영화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냐는 질문에는 "(정부에서)작은 영화를 위한 설 자리를 마련하는 듯 하다가 다시 없다.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지금의 환경으로는 극복이 안 된다"라며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상영과 배급의 분리, 작은 영화에 대한 여러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물론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다각도의 접근으로 불합리함을 해결해야 한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기에는 다양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라는 지적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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