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감독 최용수(39)가 해냈다. K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만큼 누구보다 성공스러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1-0으로 승리, 승점 90점을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012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감독대행을 하다 올해 승진한 최용수 감독은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원클럽맨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4년 안양 LG에 입단한 후 2000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수상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J리그 무대에서 선수로서 활약했다. 그 이듬해인 2006년 친정인 서울에 플레잉 코치로 복귀했다.

당시 서울은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이끌고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토양을 귀네슈 감독에게 배웠다. 또 2010년에는 넬로 빙가다 감독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지난 해 4월 성적부진으로 도중하차한 황보관 전 감독의 자리를 물려받아 감독대행으로 지도자 인생의 1막을 시작했다.
서울 한웅수 전무는 최용수 감독 선임 비화를 밝혔다. 감독대행이 끝난 뒤 모처에서 최 감독과 만난 한 전무는 뜸을 들였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최용수 감독에게 감독직을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내놨다. 그때 최 감독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고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무는 "만약 당시 최용수 감독이 어물쩡 댔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감독을 맡겨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최용수 감독은 남들에 비해 성공적인 지도자 데뷔를 했다. 귀네슈, 빙가다 감독과 함께 하면서 많은 배움을 가졌다. 그 배움들이 최용수 감독에게 자신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바로 월드컵때 일궈내지 못했던 결과들에 대해서 최용수 감독은 겸손함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내가 만약 월드컵에서 큰 활약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단 한골이라도 넣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용수 감독이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주목을 더 받았다면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만약 월드컵 스타가 됐었다면 낮은 자세로 배움을 하지 못했다는 것.
물론 최용수 감독인 감독으로서 이제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하지만 겸손과 자신감을 함께 가진 이상 성공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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