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이 시청률에 집착하는 악독한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해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소감을 밝혔다.
김명민은 22일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 기자간담회에서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 예전부터 안 좋은 이야기만 했던 가까운 사람들 빼고는 호평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나는 내 자신을 평가하는 점수가 좀 박하다. 이번 드라마에 대해서는 좀 밑도는 편이라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시청률을 말하는 건 아니고 앤서니 김이라는 역할을 좀 더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사람인지라 핑계를 댈 때도 있지만 나 자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 ‘드라마의 제왕’ 이 작품 하나만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찍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드라마의 제왕’은 첫 회부터 생방송 촬영 일정 등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병폐로 지적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자신이 일하는 과정의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쉽지 만은 않은 일일 터.
김명민은 “생방송 제작환경은 당연히 안 좋다. 우리도 현재 2~3시간씩 자면서 촬영하고 있다. 쉬는 시간이 있어도 불안하고 무언가에 쫓겨 가면서 악몽 속에 촬영한다. 개선되길 바라지만 기미는 안 보이고, 그런 게 대한민국에서 드라마 연기하는 방법인 것 같다”며 “4년 만에 컴백한 거라 걱정 많았다. 그런데 다행히 잘 적응하는 것 같다. 결국은 최대한 대본이 빨리 나와서 숙지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연기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즐거워서 잠 못 자고 힘들어도 촬영장 오면 엔돌핀 솟는다”며 웃었다.
그는 이 같은 제작환경에 대해 “언젠가는 개선이 돼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시청률 상승이 보장된다면 생방송 촬영 일정을 안 하겠다고 할 배우는 아마 없을 거다. 다만 문제는 그런 시청률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리얼한 제작기로 입소문이 나며 배우이자 극중 제작사 대표 역할이 가끔 혼동이 오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드라마다 보니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런 반면 실제인지 촬영인지 구분이 안 가게 비슷한 면도 있다. 제작사 대표로 나오는 데 나는 또 그 안에 배우로 있고 상당히 헷갈린다. 하지만 실제 앤서니 김 같은 제작자는 보지는 못했고 찾아보면 있을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명민이 ‘드라마의 제왕’에서 연기하는 앤서니 김 캐릭터는 드라마 제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최고의 드라마 제작자로 손꼽히다 추락한 후 재기를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는 무조건 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드라마 제작자 앤서니 김(김명민)과 드라마는 인간애라고 주장하는 신인작가 이고은(정려원), 4차원 톱스타 강현민이 만나 펼치는 드라마 제작기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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