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LCK 타선 보여주겠다".
22일 오키나와 우루마시의 이시카와구장 실내연습장. 긴구장에서 예정된 삼성과의 연습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KIA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위해 이곳으로 이동했다. 몸을 푸는 선수들 틈에서 낯익은 얼굴 이범호가 보였다. 허벅지 통증으로 개인훈련을 펼쳤던 그는 전날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
시즌때처럼 단단한 몸매였다. 지난 두 달 동안의 훈련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범호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친 뒤 펑고를 받으며 수비훈련을 했다. 이어 티배팅을 거쳐 투수가 던져주는 프리배팅까지 모두 소화했다. 지난 7월 재활군으로 내려간 뒤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하는 훈련이었다.

이범호는 먼저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올해는 부상 때문에 42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8월) 처음으로 부상을 당해 오랜기간 빠져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도 당황스러웠고 팀이나 팬들에게도 미안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을 마치자 선동렬 감독의 허락을 받아 외부의 전문가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는 "시즌때는 방망이를 치거나 수비, 주루를 할때마다 허벅지에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그런 느낌은 없고 약간 뭉치는 느낌만 있다.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범호는 11월30일까지 오키나와 훈련을 펼친다. 선 감독이 "직접 내년에 복귀 가능성이 있는 지 지켜보고 싶다"면서 호출했다. 선 감독에게는 이범호의 상태는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다. 내년 중심타선에 힘이 생기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다. 이범호는 타격뿐만 아니라 러닝훈련을 하면서 상태를 점검한다.
이범호도 선감독의 마음을 모르지 않다. 그는 배팅훈련을 마친 뒤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아직은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귀국해서도 12월에도 재활치료를 계속할 것이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일단 통증이 생겼던 근육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희망은 크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올해 못한 것 만큼 해야되지 않겠는가. 최희섭 선배와 김상현까지 함께 타선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란히 담소를 주고받으며 훈련를 펼쳤다.
선동렬 감독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이범호의 타격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선 감독도 "몸을 보니 훈련을 많이 한 것 같다. 몸이 불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이범호의 완전한 복귀는 FA 김주찬 영입 만큼이나 희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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