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이 WBC 안 될까요“, 박희수의 동료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3 06: 30

“(봉)중근 선배께서 부상으로 못 나가신다면 (정)우람이가 대표팀에 나갈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요. 우람이가 입대를 연기하면 같이 나갈 수도 있을 텐데”.
선배의 부상을 동업자로서 걱정하는 동시에 동고동락했던 후배가 간절한 바람을 이룰 수 있길 기원했다. 올 시즌 홀드 역사를 새로 쓴 홀드왕(34홀드) 박희수(29, SK 와이번스)가 상근 예비역 입대를 앞두고 있는 동료 정우람(27)이 염원하던 태극마크 기회를 잡은 뒤라도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길 바랐다.
박희수는 올 시즌 65경기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좌완 계투 요원으로 우뚝 섰다. 마무리 정우람의 이두근 부상 때는 그 공백을 메우기도 하는 등 활약상이 남달랐다.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도 10⅔이닝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큰 경기에도 강한 투수로 거듭났다. 우리 나이 서른에 제대로 서른 잔치를 벌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맹활약 덕택에 오는 2013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승선하게 된 박희수. 22일 자율훈련을 마치고 만난 박희수는 가장 빛나는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인지 표정이 밝은 편이었다. 그 와중에서 박희수와 함께 유이하게 좌완 계투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LG 마무리 봉중근(32)이 가볍지 않은 어깨 부상으로 인해 WBC에 나설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단 박희수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배의 WBC 결장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타 팀 선배를 차치하고 동업자로서. 그리고 본인도 시즌 막판 어깨 피로도로 인해 말 못할 고역을 겪었기 때문인지 동병상련의 마음을 비췄다. 그와 함께 박희수는 “그럼 우람이는 WBC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건가요”라며 질문했다.
“입대 일정을 잡았다고 해도 연기하면 우람이도 WBC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어했거든요”. 2004년 데뷔 이래 원포인트 릴리프에서 좌완 셋업맨, 마무리로 꾸준히 팀에 공헌한 정우람은 올 시즌 53경기 2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팀의 준우승을 이끈 동시에 첫 풀타임 마무리로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개인통산 117홀드는 현재 역대 홀드 1위 기록이다.
그러나 정우람은 태극마크의 꿈을 잠시 접고 오는 12월 상근 예비역 복무를 앞두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좌절된 뒤에도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낸 정우람은 입영 일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WBC 출전의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우람의 바람과는 달리 예비 엔트리 입성이 좌절되며 미련을 버리고 가능한 한 빠르게 병역 의무를 선택했다.
선배 봉중근의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엔트리 낙마 속 박희수는 아끼는 후배를 떠올렸다. 봉중근의 제외로 인해 좌완 불펜진에 비상이 걸린 대표팀 입장에서도 빼어난 제구력과 서클 체인지업 구사력을 갖춘 정우람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우람이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면 WBC 엔트리 승선이 가능할까요? 워낙 우람이가 WBC에서 나라를 대표하고 싶어했던 만큼 그 생각이 드네요. 가능하다면 그 기회가 우람이에게 주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병역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관련된 이야기였으나 박희수는 정우람의 꿈을 떠올렸다.
26홀드 째를 올리며 팀 내에서 정우람의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넘어섰을 때도 “우람이의 기록을 넘었다는 것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손사래를 쳤던 박희수다. 그만큼 박희수는 함께 돈독한 정을 쌓고 계투진에서 굵은 땀을 흘린 정우람에게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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