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시마의 커피헌팅] 블루마운틴에 얽힌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OSEN 손용호 기자
발행 2012.11.23 13: 55

“카리브의 보석을 부활시키다.”
허리케인 길버트의 피해를 맞기 전 블루마운틴 커피는 카리브의 보석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깊은 녹색의 원두였다. 볶으면 균일하게 부풀고 균형 잡힌 맛과 강한 단 맛이 특징적인 우아한 커피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시중에 나오는 블루마운틴 커피에는 예전의 품질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필자는 1980년대의 블루마운틴 커피를 부활시키자고 결심했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필자는 자메이카에 살면서 블루마운틴 커피농장을 개발하고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구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맥 중 어느 지역이 가장 재배에 적합한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처럼 기계화된 정선방법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어가지만 품질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옛날 그대로의  재배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재배할 품종은 블루마운틴 원래의 재래종인 아라비카종 티피카의 단일품종으로 결정했다. 그 지역에서 제일 큰 생산자와 함께 특급 밭을 선별하여 수확부터 정선, 수송, 보관, 배전, 포장 등 모든 과정에서 품질 면으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어 블루마운틴을 생산했다. 그렇게 생산한 블루마운틴 커피를 2010년 10월, 일본에 소개했는데 이것이 굉장한 화제가 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후, 필자가 경영하는 카페에 들렀다. 화려한 가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낯빛이 어두운 중년의 여성이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점원이 나를 카운터 안쪽으로 불러 "저 여성이 가지고 온 보온병에 블루마운틴 커피를 꼭 담아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가게의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폐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은사님이 죽기 전 예전의 맛있던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도쿄에서 내로라하는 카페의 커피를 병상에 다 가져갔지만 어느 커피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셔서 이 카페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 중년의 여성은 "돌아가시기 전에 꼭 은사님께 맛있는 커피를 드시게 하고 싶다"며 보온병에 담아달라고 울면서 호소했다. 여성의 간절함에 어쩔 수 없어 보온병에 금방 내린 커피를 담아주니 그녀는 서둘러 1시간 반이나 걸리는 도쿄 교외의 병원으로 갔다. 은사의 반응을 듣고 싶어서 헤어지기 전에 필자의 핸드폰번호를 줬는데 그 날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맛있는데 미지근해!"
그것이 그 은사의 말이었다. 필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러면 제가 병원에 가서 바로 추출할게요"라고 말했다.
가족과 병원의 허락을 받고 12월 27일 아침, 나는 온수기와 커피밀, 기타 추출기구 한 세트를 가지고 병실을 찾아갔다. 가족과 제자들이 송구스러워하며 맞아주었다. 중년 여성의 은사는 산소마스크를 끼고 눈은 감고 있었다. 그러나 블루마운틴 커피를 담은 병의 뚜껑을 열자 갑자기 눈을 뜨고 스스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 중년여성은 깜짝 놀라며 은사에게 필자가 커피를 타주려고 왔다는 것을 전했다. 커피를 추출하기 시작하자 환자는 침대의 각도를 바꿔달라고 아내에게 요청하고 앉아서 지그시 필자의 손을 응시했다.
부인이 잔을 입으로 가져가자 직접 마시겠다고 낚아챈 후 떨리는 손으로 잔을 들었다. 한 모금을 마신 후 필자를 다정한 미소로 올려다보며 "이것이야 말로 블루마운틴이에요. 감사해요. 감사해요"라고 속삭였다. 나는 넘쳐나는 눈물을 견딜 수 없었다. 병실 안의 모두가 울고 있었다.
4일 후 12월 31일,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남편이 운명했다고 말했다. "모든 치료를 버텨낸 남편의 유일한 소망이 다시 한 번 맛있는 예전의 블루마운틴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도 제자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지만 남편이 인정하는 커피를 찾을 수 없어서 거의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돼 남편도 정말 기쁜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이것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입니다."
카리브의 보석을 부활시켜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가와시마 요시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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