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렸던 차희선, 인삼공사 중심으로 우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23 13: 55

자신의 어깨에 너무 큰 짐이 올라와 있는 느낌이었다. 뜻대로 되지도 않았다. 모든 게 자기 탓 같아 눈물이 절로 났다. 이성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도 안쓰러워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나약한 모습은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차세대 세터 차희선(19)의 이야기다.
지난 2010-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인삼공사에 지명된 차희선은 지금껏 철저한 백업 선수였다. 백업 세터보다도 원포인트 서버에 가까웠다. 박삼용 전 감독 시절부터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주전 세터 한수지의 벽이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한수지가 갑상선암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해 어엿한 주전이 됐다. 어찌 보면 얼떨결에 찾아온 기회다.
당연히 부담이 컸다. 차희선은 프로 데뷔 후 2시즌 동안 총 40번의 세트를 시도한 게 고작이었다. 주전 세터의 경우 한 세트면 무난하게 채울 수 있는 기록이다. 경험이 부족했다. 또 한수지의 수술이 갑작스러웠기에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은 가득한데 정작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성희 감독은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안 되다보니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서서히 몸이 풀리고 있다. 경기에 나설 수록 자신감도 쌓인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인삼공사에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이끌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세트당 11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퀵오픈, 시간차, 속공, 백어택까지 두루 사용하는 경기 운영은 갓 주전이 된 선수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의 현란함이었다.
이성희 감독도 흐뭇한 표정이다. 이 감독은 “차희선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즌을 전체로 놓고 봐야 한다. 경험과 자신감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한수지의 정상적인 복귀 시점이 미정인 만큼 차희선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감독이 무리한 주문을 하지 않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수 많은 악재로 황폐화된 인삼공사지만 그 토양에서 차희선이라는 한가닥 희망이 꽃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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