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있게 경기 잘 해놓고 2라운드 마지막까지 좋게 가야하는데 그게 자만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문경은 감독은 이기고도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평소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인 문 감독이 왜 통신사 라이벌전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화를 낸 것일까. 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실을 찾아 씁쓸한 얼굴로 "자만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선수들을 다그친 이유를 설명했다.
더블더블을 기록한 헤인즈(33득점, 10리바운드)의 맹활약에 힘입어 서울 SK는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부산 KT와 경기서 69-6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SK는 4연승을 달리며 12승 4패로 다시 울산 모비스와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KT의 연승을 저지하며 '통신사 더비'의 승자가 됐다.

하지만 문 감독은 "14~15명 중 대표로 5명이 나와 뛰는 경기다. 그런데 책임감 없이 플레이를 하고 들떠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며 선수들을 질책했다. 그답지 않게 미팅하면서 야단도 쳤다. "본인들이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모두가 하나가 되서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경기서 금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화가 나더라"고 털어놓은 문 감독은 "이렇게 내용이 안 좋게 이기면 다음 경기에도 대미지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겨우 상대가 SK가 강팀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또 해볼만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줄 필요는 없다"고 잘라말한 문 감독은 "이런 안 좋은 모습을 막판에 계속 보여줘서는 안된다"며 선수들을 강하게 다그쳤다. 어렵게 일궈낸 '강팀의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은 문 감독의 호통은 눈 앞의 승리에 취해 더 큰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 그 자체였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