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만든 김선형, 덩크슛 고집하는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1.24 07: 14

NBA 최고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은 덩크슛을 일컬어 "예술이지만 보통슛과 마찬가지로 2점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덩크슛에는 보통의 2점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다. 서울 SK의 김선형(24)이 23일 '통신사 라이벌' 부산 KT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흐름을 바꾸는 특별한 매력이다.
이날 승부는 1, 2쿼터까지만 해도 제법 박빙으로 전개됐다. 리드 상황에서 제대로 도망치지 못한 두 팀은 경기를 아슬아슬하게 풀어갔고, 3쿼터가 시작됐을 때까지만 해도 점수차는 여전히 불과 3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3쿼터 초반, 코트의 분위기가 돌변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속공에서 이어진 호쾌한 덩크슛이 림을 흔들면서였다. 훌쩍 뛰어올라 한 손으로 공을 내려꽂은 김선형의 덩크슛 한 방에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객석을 꽉 채운 팬들은 열광적인 목소리로 김선형의 이름을 연호했다.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끊기 위해 상대팀인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은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가 SK쪽으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SK는 69-64로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4연승으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꾼 김선형의 덩크슛은 일종의 '서비스'였다. 경기 후 취재진이 "서비스였나"라고 묻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애런)헤인즈가 있었다. 눈빛도 안보냈는데 자기가 보고 알아서 비켜주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선형은 덩크를 즐겨하는 편이다.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는 186cm의 키로 훌쩍 뛰어올라 가볍게 덩크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김선형이 덩크를 하는 이유는 그저 화려한 기술이기 때문은 아니다. "덩크슛을 하면 우리는 분위기가 살고 상대는 기가 죽기" 때문이다. 팀을 위한 덩크슛이다.
실제로 김선형은 이날 자신의 덩크슛 한 방으로 경기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화려하기 때문이 아닌,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리꽂는 김선형의 덩크슛이 짜릿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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