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2사만루] ‘1군 포수’ 윤요섭, “팀이 승리하는 게 2013시즌 목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1.24 07: 04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아무래도 포수다 보니까 팀이 승리했으면 좋겠다. 이기는 팀이 되는 게 2013시즌 목표다.”
LG 포수 윤요섭(30)이 23일  2013 시즌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진주 연암공업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서 구슬땀을 쏟고 있는 윤요섭은 올 시즌 1군 무대서 본격적으로 포수마스크를 쓴 소감과 자신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윤요섭에게 2012년을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2008년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했지만 정작 1군 무대에선 포수마스크를 내려놓았다. 팀은 윤요섭의 포수 능력보다 타격을 높이 평가했고 2010년 LG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윤요섭은 지명타자나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올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선 1루 수비 훈련에 참가했기 때문에 사실상 포수 은퇴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윤요섭은 시즌 중 김기태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포수 복귀를 간절하게 원했다. SK시절 포수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꿈에선 항상 포수를 본다”고 할 만큼 마음 깊은 곳에선 포수마스크와 미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윤요섭은 포수난에 빠진 LG 상황과 맞물려 마침내 포수마스크를 썼다. 사실상 1군 무대서 처음으로 포수로 출장했고 수비에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점점 안정감을 보였다. 시즌 중반부터는 주전포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40경기 이상을 뛰었다.
“올 시즌 내내 포수 훈련과 경기를 병행했었다. 딱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단지 중간에 경기가 안 될 때는 심적으로 힘들었다. 내 실수로 경기를 내줬을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너무 막막해서 박경완 선배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도 했었다. SK에서 뛸 때 거의 나를 먹여 살릴 정도로 많이 도와주셨던 선배다. 경완 선배가 특별한 말씀을 해주지는 않으셨지만 통화 후 힘이 생겼다. 시즌 중에는 몰랐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온 몸이 쑤셨다. 시즌 중인데도 훈련을 많이 하긴 한 것 같다.”
윤요섭은 올 시즌을 마친 후 “내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운 야구를 했다”며 자신을 자책했고 더 나은 포수가 되기 위해 앞으로 전력을 다해 훈련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요섭에게 포수는 힘들어도 ‘야구의 재미’ 느끼게 하기 때문에 겨우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점인 타격을 살린다면 보다 편한 길이 열릴 수 있음에도 공수를 겸비한 포수가 되겠다고 했다. 올 시즌 윤요섭은 포수를 병행하면서도 시즌 타율 2할9푼8리로 공격형 포수의 가능성을 비췄다.
“타격은 자신 있다. 그러나 타격만 하는 것은 내게도, 팀에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개인적인 의견인데 야구가 변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포수에게 수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공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4강팀의 포수를 봐도 수비뿐이 아닌 타격도 잘한다. 적어도 타선에 구멍이 되지 않게 잘 할 수 있다. 주자가 나가면 더 집중하는 편이고 공수를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되지도 않는다.” 
LG는 김태군의 NC 특별지명으로 인한 이적과 최고참 포수 심광호의 방출, 유강남·나성용의 군 입대로 포수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연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윤요섭을 포함해 포수 4명이 있었지만 현재 진주캠프에는 포수가 3명밖에 없다. 윤요섭을 제외하고 조윤준은 올 시즌 대졸 포수, 김재민은 2013시즌 입단 예정인 대졸 포수다. 포수진의 1군 무대 경험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윤요섭이 의도치 않게 포수조 최고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윤요섭은 후배들을 이끌기 보다는 서로 마음을 열고 힘을 합쳐 팀이 발전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내가 포수조 최고참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버렸다. 사실 올 시즌에도 윤준이에게 서로 잘 해서 팀을 강하게 만들자고 했다. 윤준이가 주전 포수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오르면 진심으로 윤준이를 응원한다. 윤준이가 잘 하면 내게도 큰 자극이 되고 그러면 내 실력도 늘기 마련이다. 다른 팀 베테랑 포수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만일 온다면 나와 윤준이, 재민이도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고 팀 입장에서 봐도 포수들이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요섭은 2013 시즌 목표를 자신의 기록이 아닌 ‘팀 승리’로 정했다. 포수 은퇴 위기에서 극적으로 1군 포수로서 첫 단추를 끼웠지만 역시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막상 포수를 보니 승패가 자신의 순간적인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팀을 이기게 하는 포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 중에도 윤요섭은 “내가 홈런을 치고 타점을 올리는 것보다 팀이 이겼을 때가 가장 기쁘다.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해도 팀이 이기면 상관없다”며 이기는 팀의 주전포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비췄었다.  
“다음 시즌 목표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일주일 단위로 봤을 때 최소 3승 3패, 팀이 침체기에 있어도 2승 4패로 끊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강팀들을 보면 한 시즌에 적어도 한 번 씩은 연승을 길게 달린다. 우리 팀도 7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 때문에 놓친 경기를 생각하면 정말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내년에는 많이 이겨야 한다. 개인 기록은 관심 없다. 팀이 승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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