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다운 책임감을 가져라".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연수(49) 성균관대 감독은 지난 23일 한화 잔류군과 3번째 평가전을 마친 후 선수단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국가대표다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대표팀은 5-0 완승을 거두며 평가전 2승1무를 기록했지만, 프로 선수들로 구축된 대표팀 멤버들의 전반적인 집중력이 떨어지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제26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는 아시아야구연맹(BFA)이 2년마다 주최하는 성인대회로 지난 2007년 제24회 대회까지는 올림픽 예선을 겸했다. 당연히 각 포지션별 최정상급 프로선수들로 구성돼 대한야구협회·한국야구위원회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며 대회 중요성도 낮게 취급되고 있다. 대표팀 멤버도 24명 중 프로 선수는 16명이며 상무-경찰청 3명, 대학생 5명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대구구장에서 캠프를 차리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단 사이에서는 열악한 지원으로 동기부여가 제대로 안 되어있다. 유니폼·바람막이·장갑·넥워머 등 기본적인 용품의 여유분이 부족해 선수들이 각자 개인용품으로 쓰고 있다. 이연수 감독은 "선수들이 사소한 것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 있으면 안 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낼 정도로 지원이 열악하다.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어려운 환경이다.
이연수 감독은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팀이다. 예전보다 대회의중요성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생각해야 한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한국은 야구를 잘 하는 야구 강국 이미지가 강하다. 망신을 당하면 안 된다"며 "그러나 제대로 된 협조가 안 되어있다. 협조가 없으면 대표팀의 존재가치도 없는 것 아니겠나. 다음 대회부터라도 협회와 프로팀에서 준비와 지원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대표팀은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을 갖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역시 대만이 가장 강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들이 그대로 나온다"며 "대만이 베스트 전력으로 나오는 만큼 우리도 프로선수들을 중심으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대회이기 때문에 전력분석이 중요한 만큼 김정준 전력분석원의 합류도 요청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해서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만 원정에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편파 판정과 일방적인 응원의 텃세를 감당해야한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 감독은 "대만의 텃세도 감안하며 대비하고 있다. 현지 도착 후 적응 훈련을 위한 연습구장도 물색해 놓았다. 타선에서 한 방과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세밀한 팀플레이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 초반 승부를 볼 수 있게끔 타자들은 존을 넓게 보고 한 템포 빠른 공격으로 결단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나라의 명예를 걸고 준비 하는 아시아선수권대표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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