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광양 찾은' 이천수, 전남과 팬 반응은 '미지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11.24 15: 38

그라운드의 풍운아 이천수(31)가 다시 한 번 광양을 찾아 고개를 숙였지만 상처받은 구단과 팬들의 마음은 쉽게 치유되지 못한 듯하다.
이천수는 지난달 21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24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2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성남 일화의 경기가 열린 광양전용구장에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광양을 찾아 "팬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싶다. K리그서 꼭 다시 뛰고 싶다. 해외에서 제안이 왔던 것도 모두 거절했던 이유다"고 말했던 이천수는 이날도 킥오프를 30분 앞둔 오후 2시 30분부터 경기장 북문 입구에서 팬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경기 시작 5분 전에는 전남 드래곤즈의 서포터즈인 위너 드래곤즈를 찾아가 용서를 구한 이천수는 자숙의 심정으로 광양의 어린이 아동센터와도 연을 맺었다. 지난 한 달 전부터 110명의 어린이들과 매주 토요일 오전과 오후 2번씩 축구를 통해 재능기부를 해왔다.
이날도 60명의 아이들을 초청해 함께 밥을 먹은 뒤 관중석에서 동료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천수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소년가장, 소외아동들과 한 달간 정을 쌓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천수도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며 "아이들도 천수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잘 따른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간다면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 만남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천수는 이날 1달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구단과 팬의 마음이 아직 눈녹아 내리듯 풀릴 리 만무하다. 전남의 한 관계자는 "진작에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전남의 서포터즈를 7년간 해왔다는 김종복(47) 씨도 "워낙에 안좋은 모습으로 전남을 떠난 터라 환영하지는 않는다"며 "지금까지 대부분 언론플레이만 해왔다. 전남이 사과를 안받아주면 구단 옆에 방을 잡아서라도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본인의 진솔한 입장과 생각을 들어봐야 구단과 팬들도 어떻게 대처할지를 판단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무작정 받아들일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천수는 지난 2009년 전남에서 이적 파문을 일으키며 코칭 스태프와 갈등을 빚었고,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이후 언론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진정성에 의심의 여론이 일었고, 전남도 임의탈퇴를 풀어주지 않으며 무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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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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