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휴대폰 없이 일주일만 살아볼래요?
휴대폰이 인간이 가진 모든 소지품 중 가장 더럽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내 손 혹은 남의 손을 옮겨 다니며 온갖 때가 묻고 책상 혹은 선반, 심지어 화장실 변기 위에까지 올라가기 일쑤인 휴대폰은 사실은 우리가 입은 옷이나 신발보다도 더 많은 세균으로 오염돼 있다는 설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우리 현대인들은 하루 24시간 꼬박 휴대폰을 끼고 산다. 손바닥만한 그 휴대폰으로 우리는 수시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머리 맡 그 자리에 늘 놓아두어야 안심이 되는 애지중지 보물, 이런 휴대폰이 없는 일주일이라니.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 지켜만 보는 데도 숨이 막히고 오싹하지 않은가.

지난 24일 첫 방송된 KBS 2TV '인간의 조건'은 문명의 이기에 푹 빠져 지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간접체험을 선사했다. 휴대폰, TV 그리고 인터넷이 없는 일주일간의 일상이 과연 어떻게 굴러가는 지에 대한 고찰이다. 이를 위해 김준호 박성호 허경환 김준현 정태호 양상국 등 KBS 인기 개그맨들이 일상의 당연한 편리들과 단절된 채로 일주일을 대신 살았다. 6인방은 합숙소에 모여 휴대폰을 압수당한 황망한 상태에서 일주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당장 와이프나 부모님의 연락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중요한 지인들의 연락처를 수기로 적으며 부산을 떨기 시작했고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야 했다. 당장 휴대폰이 없으니 스케줄 조율이 어려웠고 매니저와 연락도 쉽지 않았다. 당연하게 시켜먹던 배달 음식도 휴대폰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인간의 조건'은 휴대폰과 TV, 인터넷에서 해방된(?) 6인방의 좌충우돌을 담담하게 쫓아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라면 어떨까', '내게 휴대폰이 없다면?' 하는 식의 자문들을 하게 만들었다. 하물며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조차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눈에 비친 6인방의 삶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었다. 휴대폰이 없어 금단 현상을 겪고, 인터넷을 쓰지 못하니 하루 일과의 군데군데가 틀어지고 심지어 친한 동료나 가족들과도 동떨어져 마치 무인도가 된 것만 같은 소외감을 느끼는 6인방, 겨우 하루를 쫓았을 뿐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쁜 순간들이 계속됐다.
대신에 이들은 서로를 만나면 얼싸안았고 빈집에서 홀로 있을 때 TV를 보는 대신 청소를 했고 책을 읽었다. 또 자연스럽게 홀로 사색하거나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일단 이날 첫 회에서는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순기능들이 도드라졌다. 휴대폰과 TV, 인터넷이 없다는 건 분명 불편이고 불안이었지만 삶이 파괴되거나 인간이 무너지는 일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첫 회에서 보여준 건 고작 하루다. '인간의 조건'은 앞으로도 3주 동안 6인방의 일주일을 보여줄 예정이다. 세상 가장 더럽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소중한, 그 휴대폰 없이 사는 현대인들의 일상은 순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행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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