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그야말로 '역전의 명수'가 따로 없다.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만나는 팀들은 선제골을 넣었다고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와 경기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QPR에 선제골을 내주고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던 맨유는 또 한 번의 역전승으로 10승 3패(승점 30)를 만들며 아직 한 경기를 덜치른 맨체스터시티(8승 4무, 승점 28)를 밀어내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맨유에 '역전의 명수'라는 새로운 별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로 맨유는 올 시즌 컵대회 포함 19경기를 치르며 12경기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9번의 역전승을 거두는 기가 막힌 성적을 거뒀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승리할 확률이 75%에 달하는 셈이다.

맨유는 이날 경기 내내 압도적으로 QPR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라이언 넬슨과 스테판 음비아를 중심으로 골문에 줄리우 세사르가 버틴 QPR은 끈질기게 맨유의 공세를 막아냈다. 오히려 후반 7분 제이미 맥키에게 선제골을 허용,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자칫하면 홈을 가득 채운 6만여 명의 관중들 앞에서 최하위 팀에 패하는 굴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역전의 명수' 맨유는 후반 18분, 웨인 루니의 코너킥을 머리로 정확하게 받아낸 조니 에반스의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루니와 함께 이날 경기서 복귀한 대런 플레처가 맨유의 시즌 9번째 역전승을 만드는 결정적 골을 터뜨렸다. 플레쳐의 역전골이 터진지 3분 만에 '슈퍼서브' 에르난데스마저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물론 이는 선제골을 내줄 만큼 수비력이 불안하다는 뜻이지만 어떻게든 역전승으로 만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역시 이러한 맨유의 '역전 본능'에 대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항상 역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며 수비진을 개선할 필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끌려가고 있는)경기 양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맨유에 있어 엄청난 긍정요소다. 팀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과연 맨유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역전의 명수'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맨유에 남은 답은 두 가지다. 역전을 만들어내는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하거나, 수비력을 개선해서 역전이라는 상황을 아예 만들 필요가 없게 만들거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맨유의 역전본능이 상대팀들로 하여금 이기고 있어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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