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 파크 레인저스(QPR)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이면서도 승리에 대한 '희망고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고문은 1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에서 정점을 찍었다.
261일만의 올드 트래퍼드 귀환을 꿈꿨던 박지성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QPR은 25일(한국시간)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QPR은 시즌 첫 승에 또다시 실패하며 4무 9패(승점 4)로 여전히 리그 최하위를 맴돌았다. 반면 맨유는 10승 3패(승점 30)를 기록,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맨체스터시티(8승 4무, 승점 28)를 밀어내고 리그 선두에 올랐다.

시작은 좋았다. 마크 휴즈 감독이 경질된 가운데 새로 부임한 해리 레드냅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었을까. QPR은 수비적인 자세로 전반을 시작, 생각 외로 잘 버텨내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맨유를 상대로 후반 7분 제이미 맥키가 선제골까지 터뜨리며 '설마'하던 기대감이 최고조로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결국 또 한 번의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QPR은 불의의 일격을 당한 후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온 맨유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동안 꾸준히 QPR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QPR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과 23분 각각 조니 에반스와 대런 플레처에게 코너킥 상황에 이은 헤딩슛으로 실점을 허용했다. 똑같은 코스에서 루니가 올려준 크로스는 정확하게 QPR의 골문 앞으로 떨어졌고, QPR의 허술한 맨마크를 물리친 맨유 선수들은 손쉽게 골을 뽑아냈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어지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플레처의 역전골이 터진 지 3분 만에 교체투입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쐐기골까지 내줬다. 전반 내내 끈질기게 맨유의 공세를 막아내던 팀과 다른 팀이 된 듯했다. 선수들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공격은 무뎌졌다. 눈 앞까지 다가왔던 희망이 꺾이자 더 큰 절망이 다가오면서 집중력을 잃은 것이다.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레드냅 감독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QPR 선수들은 충분한 능력을 갖췄지만 몇 가지 이유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말이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레드냅 감독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QPR의 희망고문을 끝내고 진짜 '희망'을 심어줘야 할 임무를 어깨에 짊어졌다는 점이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