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의 '수장' 하석주(44)의 간절함이 그토록 바라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2라운드 성남 일화와 경기서 이종호의 2골에 힘입어 2-0의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9경기 무패 행진(4승 5무)을 내달리며 승점 50점째를 기록한 전남은 이날 상주 상무에 기권승을 거둔 강원(승점 43)에 승점 7점을 앞서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그토록 원하던 1부리그 잔류였다. 수장의 믿음과 신뢰에 선수들의 끈끈함이 더해지며 기적을 일궜다. 강등 탈출을 위해 올인을 선언한 하 감독의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쾌거였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 8월 11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며 난파 직전이던 전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지긋지긋한 무승의 늪에서 탈출시켰다. 하지만 지난 9월 27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5경기 연속 승리를 올리지 못하며 강등권에서 허덕였다.
조급하거나 다급해하지 않았다. 거친 풍파를 만날수록 선수들을 독촉하고 몰아세울만 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전남은 결과적으로 하 감독이 부임한 이후 15경기서 단 2패(7승 6무)만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내 말만 듣고 따라오면 잘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해라. 열심히 해야 운도 따르는 법이다. 모든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팀을 위해 뛰라"고 선수들에게 긍정의 메세지와 함께 믿음과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한 발 더 뛰었다. 이날 2골을 넣은 이종호는 "감독님이 '실수를 해도 두려워하지 말라. 공격을 하다가 뺏겨도 거기서부터 수비를 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해주셔서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고 믿음을 심어준 수장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지도자 생활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하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팀을 위해 개인적인 영욕도 모두 내려놓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맡았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에서 사퇴했고, P급 지도자 과정도 강등 탈출을 놓고 중요한 시기에 겹쳐 과감히 포기했다.
하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P코스도 정말 받고 싶었는데 강등권 탈출에 중요한 22일부터 소집이 시작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2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잔류를 확정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기쁘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희생하며 리더십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하 감독은 "4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오늘로서 마침표를 찍어 홀가분하면서도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선수들을 끝까지 믿었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줬다"고 되려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잔류 확정을 위해) 마지막 경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하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결국 현실이 됐다. 올 시즌은 이제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하 감독의 지도 아래 다음 시즌 전남이 펼칠 푸른 청사진이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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