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렸던 KEPCO가 삼성화재에 패하며 5패(1승)째를 기록했다. 아직 초반이긴 하나 6경기 중 5번을 졌다. 어느 정도 예고된 행보였다. 지난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KEPCO는 승부조작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세터와 공격수 등 4명의 주전 선수들을 한꺼번에 떠나보냈다.
팀 전체 밸런스가 깨지고도 남을 만큼 후유증이 컸다. 어떤 감독이 와도 단 시간 내 이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장에 경기에 내보낼 선수가 부족했던 KEPCO는 고육지책으로 은퇴했던 이동엽(세터)을 다시 불러들이고 트레이드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수급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손발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현실은 그대로 악전고투로 이어졌다. 0-3으로 패한 24일 삼성화재전 역시 전력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 판이었다.

신춘삼 감독의 말마따나 지난 시즌 같은 경우엔 상대가 채 전열을 정비하기 전인 초반 라운드에 승수를 벌어놨다. 그런데 올 시즌엔 없는 전력에 그 반대의 경우가 됐다. 1라운드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접전(1-3, 패)을 벌이고 러시앤캐시에 승리(3-2)한 것이 어쩌면 기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 감독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올 시즌엔 모든 팀들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이 좋아졌다”면서 “가빈이 떠났지만 레오가 왔고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 LIG손해보험 모두 전력 보강을 이뤘다. 러시앤캐시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수들이 있는 만큼 그들도 시간이 갈수록 힘을 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엔 그렇지 못하다”며 어려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서재덕까지 부상으로 빠져있는 신춘삼 감독은 “에이스 하나 만들려면 적어도 1년이 걸리는 게 배구다. 우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4명이나 나갔다. 2~3년 손발을 맞춰도 실전에서 힘든 경기를 펼칠 수 있는데 우리는 이제 몇 개월 정도 같이 훈련하고 시즌에 임한 상태다. 정상적인 모습일 때 우리는 작년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5승1패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상황이 다르다. 나름의 고충을 이해해줬음 좋겠다”며 질책보다는 격려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전을 마친 KEPCO는 이제 오는 27일 구미에서 다시 LIG손해보험과 2라운드 2번째 경기를 치른다. 지난 시즌 5승을 거둔 팀이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KEPCO로선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신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며 다시금 선전을 다짐했다.
nomad798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