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은 두가지 유형을 띤다. 이유 있는 악역과 이유가 없는 ‘못돼 처먹은’ 악역이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속 재희는 전자에 해당한다.
재희는 이 드라마에서 박창희 역을 맡아 아버지 박기출(김규철 분)이 사랑하는 여자 천해주(한지혜 분)의 양아버지 천홍철(안내상 분)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을 협박한 장도현(이덕화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해주를 무참히 버렸다.
도현의 모든 것을 빼앗고자 도현의 딸 장인화(손은서 분)와 결혼하기 위한 이 남자의 선택은 단순한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불쌍하기 그지 없다. 여기에 지난 24일 방송된 29회에서 결혼식을 치른 후 첫날밤 해주를 떠올리며 슬픈 표정을 짓는 창희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창희와 그런 창희를 연기하는 재희는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주인공 해주와 강산(김재원 분)의 고군분투 속에 비치는 희망도 안방을 짜릿하게 만들지만 창희 역의 재희의 안타까운 악마 변신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더욱이 재희는 이번 드라마에서 감정의 변화폭이 큰 캐릭터를 무리 없이 연기하며 ‘메이퀸’이 시청률 20%를 넘어 인기행진을 달리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고 차분히 복수를 위해 마음을 다잡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사고 있다.
사실 재희는 안정된 연기력과 대중적인 인지도에 비해 그동안 히트작이 적었다. 2005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쾌걸춘향’ 성공 이후 대표적인 작품을 꼽기에는 평작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폭넓고 섬세한 감정 연기를 뽐내며 연기자로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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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