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막장 전개도 결국은 마지막이 있었다. 봉합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전개의 끝은 결국 억지화해였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 최종회에서는 영랑(채시라)이 벼랑에서 발을 헛디딘 것으로 죽음을 맞는 장면이 그려졌다. 자기 아들인지 모르고 지호(주지훈)와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던 영랑의 허무한 최후였다.
‘다섯손가락’은 톱피아니스트 영랑이 의붓아들 지호와 자신의 친아들인 인하(지창욱) 사이에서 가업인 악기 회사를 물려주는 문제를 두고 반목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남편에게 외도를 의심 받으며 학대당한 영랑이 아들만 바라보며 살다 그 희망마저 빼앗기자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을 담았다.

영랑은 ‘다섯손가락’이 전개되는 내내 지호와 아귀다툼을 이어갔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지호에게 표절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악기 회사 대표로 있을 당시엔 불법 자금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 누명을 씌워 강제 출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에 대한 분노였지만 그 방법이 매번 도를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영랑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졌고 막장전개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학대당하다 종내 자기 자식의 자리를 바깥에서 낳아온 업둥이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항변이었지만 정당치 못한 방법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전개 끝에 마지막에 그려진 건 지호와 영랑이 사실은 친 모자(母子) 사이라는 반전전개였다. 영랑이 결혼 전 지호를 낳았고 그 사실을 모른 채 지호를 집에 들여 자기 자식과 사생결단의 전쟁을 치렀다는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두 사람은 눈물로 화해했지만 혈육이라는 사실만으로 뒤늦게나마 부모자식 사이의 정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억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죄값을 치르듯 영랑이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 모습 역시 갑작스러운 시력 장애와 함께 뜬금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빠른 전개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지루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러다 보니 무리한 설정도 연거푸 등장했다. 죽은 줄 알았던 등장인물이 버젓이 살아 돌아다니는 ‘부활’이 이뤄지는가 하면, 첫회 등장한 영랑과 지호가 불구덩이 속에서 반목했던 장면 역시 자취를 감췄다.
채시라, 주지훈, 차화연 등 배우들의 열연은 ‘다섯손가락’을 지탱하는 힘이 됐지만, 계속되는 무리한 전개에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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