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의 아쉬웠던 태극마크 도전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26 07: 50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없다. 최고의 선수임을 의미하는 일종의 훈장이다. 하지만 그 자격을 갖추고도 유난히 인연이 없는 선수들이 있다. 군 입대를 앞둔 정우람(27, SK)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정우람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승선은 무산됐다. 정우람은 지난 12일 발표된 WBC 28인 예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무난히 합류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기회는 한 번 더 있었다. 왼손 계투요원으로 뽑았던 봉중근(32, LG)이 어깨 재활을 이유로 출전 고사를 시사하면서 정우람의 발탁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발목을 붙잡았다.
정우람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된 후 입대 영장을 받았다. 연기가 힘든 상황이다. 정우람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WBC에 대한 꿈은 접었다. 스스로도 아쉬움이 진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정우람은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을 간직한 채 12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태극마크와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던 정우람이다. 정우람은 2005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년 13홀드를 시작으로 2006년 20홀드, 2007년 14홀드를 기록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계투요원으로 발돋움한 건 2008년이다. 2008년 정우람은 9승2패5세이브25홀드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에비명단 66명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최종 명단 승선에는 실패했다.
정우람은 2008년 25홀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009년 제2회 WBC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75경기에 나가 8승4패2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3.53으로 활약했다. 불펜에서만 무려 102이닝을 던지며 철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최종 명단에서 아쉽게 고배를 들었다. 비슷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차례로 대표팀의 꿈을 이루는 사이, 정우람은 씁쓸함만 곱씹었다.
정우람은 올해 목표로 WBC 출전을 손꼽았다. WBC에 군 면제 혜택이라는 당근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었다. 정우람은 아마 시절에도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올 시즌 활약상에는 기대가 걸렸다. 마무리로 전업해 30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불운’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하다.
당사자는 담담하다. “실력이 모자랐을 뿐”이라며 애써 미소 지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다르다. 이만수 SK 감독은 “정우람이 30세이브를 했다. 그런데도 안 되다니…”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SK 선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정우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숨부터 내쉰다. 누구보다 대표팀에 대한 꿈이 컸던 정우람의 노력을 잘 아는 까닭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정우람은 2015년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입대 전과 같은 기량을 뽐낸다고 하더라도 국제대회가 별로 없다. 제4회 WBC는 2017년, 아시안게임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이기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정우람과 태극마크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