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이 안 되도 이제 계절탓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극장가는 서서히 가시회되던 비수기의 종말을 제대로 보여준 해 였다. 비수기에 개봉하거나 상영된 영화들이 성수기 못지 않은 흥행을 거둔 것.
지난 2월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비수기에 선봉역할을 하며 시장 파이를 지키는 역할을 했고, 영화 '화차'는 개강과 개학 등으로 인해 극장가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 3얼 개봉해 250만 가량의 관객을 모았다.

그런가하면 역시 3월 개봉한 '건축학개론'이 4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역대 멜로 영화 2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5월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450만 관객을 동원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9월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가을 극장가에서 올해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렇기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여름 성수기와는 달리 가을 비수기에 개봉해 1000만을 이뤄냈다는 의미를 덧붙였다. '늑대소년'은 11월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키며 600만 관객을 돌파, 역대 멜로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이런 변화에는 관객층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10~20대가 영화의 주 타깃이었지만 최근 30~50대로 관객 연령층이 넓어지면서 시기에 덜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또 영화 제작사들이 사전에 정확한 관객 타깃을 목표를 잡고 제작 시스템을 구성한 것도 한 몫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건축학 개론' 등이 그 좋은 예다.
이는 자연스럽게 1월부터 12월까지 한국영화의 라인업을 촘촘하게 짜는 기반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기보다는 콘텐츠 탓을 하는 것이 이제 더 정확하다. '늑대소년'이 계절 특수를 입었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로 이제는 공포영화가 한 겨울에 개봉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가 특정 계절에 잘 맞을 수는 있지만,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개봉을 했다고 해서 위험한 것은 더 이상 아니다.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된 것도 한국 영화 흥행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 때 느와르 판이던 한국영화계는 더 이상 그런 과도한 장르 쏠림 현상을 살펴볼 수 없다. 올해는 특히 열풍의 중심에 있는 멜로가 장르의 부활을 알렸다. 이 외에도 액션, 코미디, 사극 뿐 아니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들이 영화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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