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대결' 서울과 전북, 여유로움이 '승부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1.26 09: 50

여유로움이 승부를 갈랐다.
지난 25일 열린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K리그 42라운드 경기는 몇 주 전부터 관심을 끌어 모았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과 2위 자리서 추격 중인 전북의 대결인 만큼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경기 4일 전 서울이 K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며 조금 맥이 빠지긴 했지만, 서울은 우승팀의 위엄을 보여주고 전북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좋은 경기였다.
전북에는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이날 전까지 전북은 서울을 상대로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올해 안에 서울 징스를 깨고 싶다. 내년까지 이어가면 안된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의 주포 이동국은 "(우승을 차지한) 서울의 들러리가 되기 싫다"고 각오를 다졌다.

물론 서울도 자신들이 왜 1위인지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만큼 여유로움이 존재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세리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전북은 경기 초반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반면 서울은 역습 위주의 플레이로 대응했다. 승리에 대한 온도 차이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는 쪽은 서울이었다. 전북은 서울의 골문이 열리지 않자 약간의 조급함을 보였다. 전반 11분 이른 시간에 선제 실점을 한 영향도 컸다. 결국 전북에는 문전에서의 다소 빠른 처리와 서울의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과한 반칙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반칙이 화를 불렀다. 에닝요는 전반 38분 고요한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걷어 차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에닝요는 2분 뒤 똑같은 반칙으로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다. 에스쿠데로의 침투를 막다가 또 반칙을 저지른 것. 이에 대기심이 주심과 협의해 경고누적 퇴장을 선언했다.
전북에는 치명적이었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주심에게 에닝요의 반칙에 고의적인 행동이 아님을 항의하다가 동반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수적 열세와 사령탑의 부재에 몰린 전북은 결국 1골을 내준 것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배했다.
수적 열세에도 전북은 끝까지 서울을 밀어 붙였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전북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다. 지켜보는 이로서는 전북이 좀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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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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