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주 작가의 사심talk]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니?”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2000년도 대한민국의 가을을 먹먹한 감동으로 물들였던 드라마 의 명대사다. 최근 KBS 개그콘서트의 출연료 공개기사와 가수 싸이의 중국 공연 출연료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진짜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 앞에 절박했던 남녀의 대화가 뜬금없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뜬금없지도 않다. 가끔 게스트를 섭외하다보면 똑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니까. 다만 원빈과 송혜교가 나와 매니져로 바뀌었을 뿐. 서로를 원하지만(?) 아직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마다 출연료가 얼마인지, 그 출연료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그리고 왜 그런 출연료가 정해졌는지를 말이다.
정확한 기준이 없는 출연료 책정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히트로 가수 싸이의 공연출연료 20배가 뛰었다고 한다. CF의 출연료의 경우는 그 가격이 이젠 측정불가라고도 한다.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편 최근 공개된 ‘KBS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의 출연료의 경우 신인은 회당 49만 9천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13년 만에 인상된 것이라고 한다. 이 두 개의 이야기로 출연료의 정체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둘의 경우 모두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에 출연료가 올랐으리라고 예상할 뿐, 출연료를 책정하는데 고려사항이 물가상승률이라거나 하는 정확한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출연료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경제학자 애덤스미스는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이 연예인들의 출연료 또한 결정한다.
소위 A급이라고 하는 인기가 많은 연예인인 경우 프로그램 제작자의 입장에선 프로그램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기에 광고주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출연료를 제시하게 된다. 반대로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그 광고에 출연함으로써 얻는 것이 많다면 연예인들이 먼저 높은 출연료를 제시하지 않는다. 한 예로 인기 아이돌이라도 공중파의 음악프로그램의 출연료가 30~40만원 내외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예인의 출연료가 행사에 따라 프로그램의 종류와 그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연예인과 매미의 비틀즈 코드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7년여를 땅 속에서 지내다가 여름 한 철 쨍하게 울고 생을 다하는 매미가 떠오른다. 언제 스타가 될지도 모르고 막상 인기 스타가 되더라도 그 인기가 언제 또 사그라질지 모를 연예인들에게 적절한 출연료가 얼마일까? 어쩌면 점점 높아지는 출연료는 연예인들에겐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대가이고 미래를 위한 보험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일은 소수의 몇몇에게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건 ‘로또 1등’이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만큼 간절하지만 불확실하다. 이러한 것을 생각할 때 연예인의 출연료가 많다거나 적다거나하는 판단은 그게 무엇이건 그 사람이 참여한 작품이 끝나고 난 뒤 그만큼의 역할을 해줬느냐 아니냐에 따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뒤엔 다시 ‘보이지 않는 손’이 연예인의 출연료를 조정해줄 것이다. 제 역할을 했다면 더 높게 아니라면 더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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