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읍참마속‘, 김태군-이승우의 이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7 12: 43

팀이 아끼던 유망주들이었다. 한 명은 장래의 주전 포수감으로 주목을 받았었고 또 한 명은 고교 시절부터 선발형 유망주로 성장하던 투수였다. 그러나 이들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타 팀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설계하게 되었다. LG 트윈스가 포수 김태군(23, NC 다이노스), 좌완 이승우(24, 삼성 라이온즈)를 잇달아 떠나보냈다.
김태군은 지난 15일 신생팀 NC의 특별지명을 통해 이적했다. 이어 26일에는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해 온 중간계투 정현욱(34)의 보상선수로 이승우가 결정되어 삼성으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김태군과 이승우는 올 시즌 김기태 감독이 장차 팀의 주축 선수로 기대했던 선수들이었고 입단 당시부터 팀 내 기대가 컸던 선수들이었다.
2008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군은 김정민 1군 배터리코치가 스카우트로 재직하던 시절 눈여겨보고 선택했던 유망주다. “원래 2007년 당시 포수 최대어는 성균관대 포수 이희근(한화-상무)이었고 우리도 이희근을 주목하고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던 김 코치는 김태군의 경기 중 모습에 매료되어 추천했음을 밝혔다.

“포수로 본격적으로 뛴 지 얼마 안 되는 선수였는데 투수를 다독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잡기 힘든 공이 날아와도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투수를 안정시켜주는 포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장차 대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 그리고 김태군은 2009시즌 후반 조인성(SK)의 결장 공백을 메우는 등 나이에 비해 적지 않은 출장 기회를 잡기도 했다.
이승우도 사실 데뷔 해인 2007시즌 개막 전부터 팀이 기대했던 유망주였다. 이용찬(두산)과 장충고 동기생인 이승우는 1년 후배 박민석(두산), 사이드암 전진호 등과 함께 장충고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좌완이다. 이용찬은 3학년 시절 선발 등판이 단 한 차례에 불과, 엄밀히 따지면 선발 에이스가 아닌 승리 카드였다.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이승우는 그해 2관왕인 장충고 선발 주축 중 한 명이었다.
이승우도 LG에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뒤 2007시즌 개막 전 전지훈련 등을 통해 당시 김재박 감독으로부터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 등이 겹쳐 1군 데뷔 기회는 2009년이 되어서야 주어졌다. 2009시즌 5경기 3패만을 기록한 채 경찰청에 입단했던 이승우는 올 시즌 초반 팔꿈치 재활을 병행하면서도 좋은 투구 내용으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바 있다.
올 시즌은 김태군과 이승우는 물론 김 감독에게도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김태군은 올 시즌 100경기에 출장했으나 타격 성적은 2할1리 14타점에 그쳤다. 시즌 중반부터는 윤요섭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내주며 교체 요원이 익숙했던 김태군이다. 이승우의 시즌 최종 성적도 21경기 2승 9패 평균자책점 5.90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기 7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7.06으로 투구 내용이 불안해져갔다.
사실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김태군과 이승우가 동 포지션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강인한 마인드를 갖춰주길 바랐다. 둘 다 착한 성품을 지닌 선수들이었으나 악바리 근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샀다. 막판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썼던 윤요섭은 해병대 현역 복무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던 악바리였다. 이승우와 경쟁 체제에 있던 좌완 신재웅도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딛고 신고 선수에서 벗어나 후반기 선발 주축으로 올라섰으며 신인 좌완 최성훈도 순간의 호성적에 들뜨지 않는 포커페이스와 겸손함을 보여줬다.
결국 잠재력이 컸던 한 명의 유망주 포수와 전도유망한 좌완은 팀을 떠나게 되었다. 유망주 한 명의 이탈이 아쉬운 입장인 김 감독으로서도 이들을 보내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 이탈이 불가피한 입장에서 눈물을 참고 이들의 보호선수 제외를 결정했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재상 제갈공명은 가정, 열유성 전투 대패의 빌미가 된 전략가 마속을 아끼면서도 사형장으로 보내야 했다. 그의 죽음 대신 남은 장수들이 제대로 깨우쳐 주길 바라는 일벌백계의 마음이었다. 잠재력을 아끼면서도 김태군과 이승우를 보내야 했던 김 감독은 그들과 경쟁하던 선수들이 이 모습을 보고 더욱 자신들을 채찍질하며 기량 성장의 길을 걸어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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