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김이 빠지는 모습이다. 확실히 1·2회 대회보다는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 게다가 잡음도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대처가 주목되고 있다.
KBO는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이상징후가 보이고 있다. 명단에 합류한 몇몇 선수들이 개인 사유와 부상을 이유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10구단 창단과 연관한 프로야구 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잠재적인 악재가 싹트고 있는 셈이다.
▲ 주축 선수들 없는 WBC 되나?

기본적으로 전력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과 기술 위원회는 지난 12일 대표팀 엔트리 28명을 발표했다. 몇몇 부분에서 다소간 논란이 있었으나 국·내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대부분 엔트리에 포함됐다. 미리 명단을 확정해 선수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 그 원동력을 통해 지난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을 풀어버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30,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대표팀 합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추신수는 자신의 복잡한 거취 여부와 맞물려 이번 대회 불참 가능성이 높다. 한편 MLB 진출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25, 한화)도 LA 다저스행이 확정될 경우 역시 태극마크를 반납할 전망이다. WBC 출전보다는 현지 적응이 우선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맞닿아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기술위원회도 WBC 명단을 발표할 당시 두 선수의 이탈 가능성에는 대비했다. 그런데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의 추가 이탈도 점쳐지고 있다. 봉중근(32, LG)은 어깨 재활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 의사를 접었고 역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은 김광현(24, SK)도 조만간 봉중근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KBO는 신중한 태도다.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봉중근 김광현과 관련된 일 처리를 잘못할 경우 부상을 안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표 전에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오면 검토 후 결정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 10구단 창단 문제, WBC로 불똥 튀나?
얼핏 보면 WBC와는 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10구단 창단 문제다. 그러나 살펴보면 큰 연관이 있다. 선수협의 강경한 태도 때문이다. 당초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 논의를 무기한 연기했다가 선수협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연내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올해 마지막 정기 이사회인 12월 이사회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사회 내부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로 10구단 창단에 미온적인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이사회를 간담회 형식으로 넘어간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몇몇 구단들은 여전히 “10구단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보적인 자세의 나머지 구단들은 적극적인 의견 개진보다는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모습이라면 12월 이사회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당장 선수협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내달 6일 총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올스타전 보이콧 등 강경책을 들고 나왔던 선수협이다. 이번에는 ‘WBC’ 불참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사회의 태도에 변화가 없어 선수협이 행동으로 나설 경우 WBC는 파국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서도 KBO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양자 사이에 끼어 속만 태우고 있다. KBO 관계자는 “12월 이사회에 대한 일정이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일각에서는 12월 이사회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데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으로 예정된 날짜에 열리지 못할 수는 있다.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사 이사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10구단 창단이 결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WBC라는 실타래가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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