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트레이드가 튀어 나왔다. 롯데가 장성호(36)를 품에 안았다. 실익은 천천히 뜯어봐야겠지만 곧이어 있을 보상선수 지명의 폭을 넓혔다는 데는 의미가 있을 전망이다.
롯데는 27일 오전 구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했던 좌완 투수 송창현과 장성호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타선 강화를 위한 복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장성호의 방망이는 아직 괜찮다. 리빌딩도 필요하지만 경험 있는 선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트레이드의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김주찬과 홍성흔이라는 팀의 핵심 선수들을 잃었다. 붙박이 테이블세터와 4번 타자가 빠져 나갔다. 타선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결국 대안으로 장성호를 선택했다. 비록 최근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긴 했지만 여전히 타격에서는 쓸 만한 선수로 분류되는 장성호다. 지명타자와 1루수 자리를 오고갈 전망이다.

물론 장성호가 김주찬이나 홍성흔의 몫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주찬만큼 발이 빠르지도, 홍성흔만큼 장타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타선에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들어갔다. 만약 장성호가 충실한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부활의 나래를 펼 수 있다면 3번 자리에 고정될 수 있다. 이 경우 팀 내 핵심 자산 중 하나인 손아섭의 운신폭도 넓어진다. 필연적으로 진행될 타선 개편에 힘을 얻을 수 있다.
보상선수 지명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롯데는 KIA와 두산으로부터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이미 26일 명단을 전달 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대한 선수를 보호하려는 KIA와 두산의 총력이 녹아든 보호선수 명단이다. 롯데의 입맛에 맞는 선수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성호 트레이드도 이 명단을 받은 뒤 이뤄졌다.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
KIA와 두산은 타선 보강을 노리는 롯데의 속사정을 감안해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했다. 상대적으로 투수 쪽에 여유가 있을 공산이 크다. 장성호를 영입해 타선을 보강한 롯데로서는 투수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김시진 감독이 부임 후 선발진 재건에 눈을 돌렸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KIA와 두산이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통해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가 장성호 영입을 통해 출혈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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