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김태훈 “기자도 저를 몰라봤으면 좋겠어요”[인터뷰]
OSEN 조신영 기자
발행 2012.11.27 14: 09

배우라면 누구나 이름을 떨치고 얼굴을 알리고 싶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배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이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종영된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태훈(37)을 최근 합정동에서 마주했다.
마지막 촬영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생생하게 ‘착한남자’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던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얘기했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배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의 그의 발자취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 프로필에 잉크 안 마른 남자..“제 생일은 5월 26일입니다”
김태훈은 '착한남자'에서 재희(박시연)에 대한 순애보를 간직한 변호사 안민영 역으로 열연을 펼쳐 '안변'이라는 닉네임을 얻는 등 인기를 얻었다.
데뷔한 지 꽤 됐지만 시청자들에겐 신인과도 같았다. 영화 ‘아저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다소 늦은 데뷔와 눈에 띄는 방송 출연작이 없었기 때문. 이에 각종 포털 사이트 프로필엔 생년만 있을 뿐 ‘월일’이 없다. 심문을 하듯 생년월일부터 다짜고짜 물으며 인터뷰를 시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그게 중요한가요?”라고 웃으면서 “75년 5월 26일 생 이다. 제 프로필 이제 완성되는 거냐”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 소개를 하자면 우선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왔고, 졸업하신 선배님들처럼 연극을 오래 할 거라 생각하고 연극판에 뛰어들었어요. 한 10년 쯤 연극을 할 줄 알았는데 2-3년 정도 하다가 영화 쪽으로 데뷔를 덥석 하게 됐죠. 그래서 다른 방송 연기자들에 비해선 다소 늦은 데뷔를 하게 됐어요.”
선한 웃음으로 무장한 김태훈이지만 ‘착한남자’에서는 다소 악랄하기도 하면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안민영 역으로 연기를 펼쳤다. 또한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송중기, 문채원 등 다소 어린 연기자들의 연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뒷받침해주며 ‘착한남자’에 연기력 논란을 잠재운 숨은 1등 공신이기도 했다.
“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상처 받고 눌려있던 안민영 역할을 표현함에 있어서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내는 건 금물이었죠. 이 사람이 악해 보이거나 못돼 보이면 안 되는 악역이에요. 물론 저는 악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나쁜 행동들을 했지만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었고, 온전히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순정에서 기인했던 거니까요. 마음만은 이유가 있었던 거죠.”
◆ ‘착한남자’ 결말엔 만족..“안변이라면..”
'착한남자'는 마루(송중기)와 은기(문채원)가 평범한 연애를 시작했고, 재길(이광수)과 초코(이유비)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는 모습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안민영은 마루를 칼로 찌르고 7년 후, 교도소에서 출소해 자신을 기다리는 재희를 뒤로 한 채 사라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훈은 “우선 결말엔 만족한다. 그리고 안민영이 재희를 잡을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호사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안민영이 했던 행동들은 ‘널 갖겠어’라는 의미도 아니었고 7년 동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정리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루를 찌르는 게 아니라 원래 은기를 찌르려고 했던 거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봐온 은기에게도 남다른 감정이 있었겠죠. 하지만 자신이 재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던 거 에요. 더 나쁜 사람으로 보일 마음,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지겠다고 선택했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한 느낌으로 일을 저지른거죠. 하지만 죄 값을 치루고 나서는 재희를 놔주는 것,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서로를 위한 거라고 느낀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자신의 뇌리에 콕 박힌 명장면을 꼽아달라고 하니 재희와의 강제 키스신을 꼽았다. 그는 “지난 18회 방송분이었는데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지만 결정적으로 안민영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던 부분”이라면서 “재희에게 ‘강마루에게 죽어서 가’라고 했던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깜놀시키는 배우 되고 싶어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슬슬 올라오는 반응에 기분이 어땠냐고 물으니 의외의 반응이 돌아온다. 자신이 맡았던 배역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났고,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릴 줄도 아는 겸손함도 엿보였다.
“일부러 드라마 촬영할 때 기사를 찾아서 보진 않았어요. 물론 반응을 체크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가 워낙 좋았고 제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매력적이라 별로 신경을 안 썼죠. 연기 칭찬해 주시는 게 사실 연기자로서 가장 기쁜 일인데 신경 쓸 틈도 없이 촬영을 했어요. 스태프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 등 정말 좋은 분들과 작업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너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배역에 대해 설명만 해 인간 김태훈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다고 했더니 또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자신을 ‘비밀’에 부치고 싶단다.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위해서다.
그는 “아무도 저를 못 알아봐도 좋다”면서 “작품 속 인물로 돋보이고 싶다. 기자분들도 몰라보시는데 지금 같이 조용하게 연기만으로 얘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죠. 그런데 전 그게 너무 좋아요. 제가 영화 ‘점쟁이들’에 나왔는데 안변인줄 몰랐다고 하시는 그 반응이요. ‘아저씨’에 나왔던 그 분이 맞냐는 얘기들을 하시는 그 ‘깜놀’ 하는 지점이 너무 좋아요. 죽을 때까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은데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 거에요. 지켜봐 주세요.”
soso@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