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그만 두는 게 아니기 때문에 롯데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게 야구선수로서 보답하는 길이다. 이제 은퇴는 생각하지 않겠다".
'스나이퍼' 장성호(35)가 이를 더 악물었다. 장성호는 27일 롯데의 2013 신인 왼손 투수 송창현(23)과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3년간 정든 한화 독수리 둥지를 떠났다. 네임 밸류만 놓고 보면 장성호에게 굴욕적인 트레이드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더군다나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한 사람이 해태 시절 그를 직접 키웠던 김응룡 감독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하지만 장성호는 웃었다.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시즌 막판 한 때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나약해진 그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은퇴 생각은 이제 접고 새로운 도전에 의욕을 보이며 더욱 이를 악물었다.

장성호는 "성적이 나지 않을 때에는 사실 은퇴도 생각했다. 사람이라는 게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막판 2000안타·1000타점 대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크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자존심 강한 그가 쉽게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로 그는 시즌 막판 "내년이 야구인생 최대의 승부처다. 지난 2년 동안 어깨 수술을 받느라 캠프 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내년이야말로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 마음 속으로 내가 생각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은퇴를) 결심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완이 군제대하며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질 내년 시즌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고마운 스승 중 첫 손가락에 꼽은 김응룡 감독이 부임했을 때에도 마음속으로는 기쁨반 걱정반이었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예전에는 내가 20대이고 한창 잘할 때였지만 이제는 나이도 30대 중반이고 과연 기대에 맞출 수 있을지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행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4번타자 홍성흔이 FA를 통해 친정 두산으로 돌아간 롯데는 확실한 중심타자가 필요하다. 장성호만한 적임자가 없다. 1루수-지명타자 어느 포지션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한화에서보다 활용폭이 훨씬 넓다. 자칫 자신도 모르게 나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성호는 "팀을 옮긴 상황에서 더 이상 은퇴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한화를 떠났지만 야구를 그만두는 게 아니다. 롯데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게 야구선수로서 보답하는 길이다. 이제 은퇴는 생각하지 않겠다"며 "김시진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가 주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열심히 몸을 잘 만들어서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경쟁하겠다. 감독님께 잘 보일 수 있는 건 실력 말고 뭐가 있겠나.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장성호에게는 어느덧 새로운 도전의 의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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