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PS파트너'(변성현 감독)는 생각보다 내숭없고 화끈하지만, 공감도를 이끌어내는 섬세한 터치는 다소 약해보인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나의 PS 파트너'는 '반창꼬'와 함께 올해 약진이 두드러졌던 멜로영화의 맥을 잇는 마지막 작품이기에 기대를 모았다. 거기에 올 상반기 멜로의 도발을 보여준 '건축학개론'과는 내용이나 스타일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베일을 벗은 영화는 보여주기에는 거침이 없다. 노출, 키스, 베드신 등이 불편함 없이 등장하고 제목만큼이나 진득진득한 대사들이 이어진다. 여자를 두고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야한 농담들, 여자들이 '남편이 요즘 안 해준다'라고하는 식의 섹스 불만 타령이 양념을 친다. 수위는 높으나 참신하지는 않다.

문제는 진짜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나 같다, 내 친구 같다, 내 애인같다란 생각이 들기보다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에 사는, 혹은 만들어진 누군가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실수로 전화를 잘못 걸어 모르는 상대방과 폰섹스를 한 후 서로 좋아한다는 내용은 있을 법 하지만. 캐릭터나 상황이 과장돼 있어 공감보다는 볼거리에 머물고 만다.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폐인처럼 지내다가 우연한 폰 색스로 생기를 되찾는 뮤지션 현승(지성), 5년여간 사귄 남자친구와의 결혼만을 바라보고 살며 남친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윤정(김아중)이 두 주인공. 두 사람은 극중 처음 만나는 사람들한테도 "예쁘다", "잘생겼다"란 말을 듣는 선남선녀지만 어딘지모르게 위축 당해있는 인물들이다. 현승의 경우는 그 원인이 돈이지만, 윤정의 경우는 분명치 않다. 여튼 그림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나, 특별한 감동이나 재기발랄한 에피소드로 채워지지도 않았다.
현승의 주변 친구들과 그 애인은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어색하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반부 상황 설정은 '해결 방법이 저것 밖에는 없었나?'란 생각도 들게 만든다. 중간 중간 분명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새어나오긴 하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각은 아니다.
하지만 김아중은 분명 로맨틱코미디에 본능적인 감각이 있어 보인다. 또 적어도 올해 멜로의 다양성에는 기여를 했다. 12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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