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절실했다".
한화가 3년 동안 중심타자로 활약한 장성호(35)를 롯데에 보냈다. 그 대신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2013년 신인 투수 송창현(23)을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장성호가 전성기 지난 베테랑이라지만, 아직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점에서 무명 신인 투수와 맞바꾼 것에 대한 비판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이 이 같은 출혈과 비판 여론을 감수하며 트레이드 강행한 데에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김응룡 감독은 "서로 필요해서 한 트레이드다. 장성호를 대신할 만한 지명타자감으로는 김태완도 있고, 최진행도 있다. 그러나 지금 투수가 너무 모자라다"고 말했다. 포지션 중복 해소와 함께 눈에 띄게 약화된 투수력 강화 차원이라는 뜻이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양훈이 경찰청에 군입대했다. 송신영도 NC에 특별지명을 받아 떠났고, 박찬호의 현역 연장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외부에서는 장성호를 너무 쉽게 넘기지 않았냐는 비판론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직접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모른다"며 "장성호를 출혈하면서까지 투수를 보강해야 하는 절실함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현진·양훈·송신영에 박찬호까지 빠져나간 한화 마운드는 허허벌판이다. 이들 4명은 올해 420⅔이닝을 던지며 팀 전체 1172⅓이닝 중 35.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빠져나간 전력 만큼 들어오는 전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야수 쪽에서는 김태완·정현석의 복귀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투수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투수 조지훈과 김강래는 각각 어깨·옆구리 통증으로 마무리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다. 때마침 롯데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김 감독이 제주도에 머물던 시절 눈여겨본 140km대 초중반의 왼손 강속구 투수 송창현을 택했다. 김성한 수석은 "당장 투수 한 명이 급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절실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전력 극대화 차원이다. 한화는 1루 및 지명타자 포지션에 기존의 김태균과 장성호에 군제대한 김태완까지 가세했다. 김성한 수석은 "우리로서는 전력을 극대화하려면 중복된 포지션을 정리해야 했다. 외야에서도 몇몇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만큼 트레이드가 필요했다"며 "김태완을 외야 수비훈련도 시키고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다. 수비가 불안해 안심하고 맡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속사정을 설명했다.
만약 장성호를 데리고 있었다면 김태완이 외야로 포지션을 전환 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대전구장은 펜스를 뒤로 밀며 외야가 더욱 확장됐다. 전반적으로 외야수들의 넓은 수비 범위를 필요로 하는데 김태완을 외야로 보내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 장성호보다 6살 더 어리고, 실적과 가능성을 두루 갖춘 김태완을 기용하는 것이 한화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포지션 중복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호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성한 수석도 "한화에 어디 그만한 좌타자가 있나. 하지만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응룡 감독과 김성한 수석 모두 해태 시절 장성호를 직접 키운 애제자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사사로운 개인 감정이 개입될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프로 세계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며 현실론을 이야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