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장성호, 롯데에서 부활할 것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1.28 06: 51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좌타자였던 장성호(35)가 세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 구단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로부터 장성호를 받고 신인 투수 송창현(23)을 보내는 트레이드가 성립됐다고 발표했다.
이름을 다시 확인하게 할 정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트레이드다. 최연소 통산 2000안타의 금자탑을 세우고 9년 연속 3할을 친 타자가 아직 프로무대 조차 밟지 않은 투수와 바뀌었다. 타율과 장타율이 하락세에 있기는 여전한 선구안과 커트 능력으로 일정 수준의 출루율은 보장한다. 게다가 올 겨울에는 오랜만에 제대로 팀 훈련이 참가할 몸 상태를 만들었다. 정상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한화 구단이 내린 장성호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한화는 장성호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김태완에게 밀려 가치를 잃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화가 장성호·김태완·김태균·최진행의 클린업 쿼텟을 가동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한 수비불안에 시달렸기에 김태완의 수비 위치를 변경하는 모험을 택할 여유가 없었다.  
장성호는 한화에서 보낸 3년 동안 한 번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전성기 때는 당연했던 시즌 타율 3할·두 자릿수 홈런에 멀어진 채 팀은 하위권에 머물러있었다. 1996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후 오랜 시간 동안 리그 최고의 좌타자이자 타이거즈의 간판스타였다. 이후에는 2010년 어깨 수술을 기점으로 트레이드와 기량 하락 등 추락만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장성호의 첫 트레이드 때도 반대급부는 어린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약 2년 반이 지난 후에도 장성호는 소속 구단이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카드로 쓰였다. 최근 FA시장과 2차 드래프트 등 그 어느 때보다 선수 이동이 빈번한 추세다. 그만큼 롯데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네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행히 부활을 위한 여건은 한화보다 잘 갖춰져 있다. 롯데는 홍성흔, 김주찬의 FA 이적으로 약화된 타선, 그리고 손아섭 홀로 버거웠던 좌타라인을 지원할 적임자로 장성호를 선택했다. 홍성흔이 떠나며 지명타자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1루 수비에 대한 부담 없이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2013시즌 장성호는 박종윤과 번갈아가며 1루를 맡거나 홍성흔이 떠나면서 빈 지명타자 자리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장성호의 방망이는 아직 충분히 괜찮다. 팀에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했는데 잘 됐다”고 장성호를 환영했다. 2007시즌 KIA에서 이미 장성호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박흥식 타격 코치도 “3할 타율을 달성할 수 있는 베테랑 타자다. 컨택 능력만 놓고 본다면 국내 타자 가운데 3위 안에 든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장성호 역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두 번째 트레이드에도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롯데의 구세주로 등극하는 것도,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아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것도 모두 장성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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