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cm 95kg의 탄탄한 체구. 손이 다를 뿐 팔스윙에서 릴리스포인트로 이어지는 품새가 얼핏 선동렬 KIA 감독과도 닮았다. 그것도 왼손 투수. ‘코끼리 감독’이 딱 좋아할 만한 유망주다. 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이름도 낯선 신인 좌완 송창현(23)을, 그리고 최근 4시즌 동안 3번의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난 27일 한화는 ‘스나이퍼’ 장성호(35)를 롯데로 보내고 롯데가 3라운드 전체 27순위에서 지명했던 송창현을 지명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장성호가 베테랑 타자라고는 해도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우는 듯한 거래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트레이드에서 김 감독이 송창현을 직접 지목해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김 감독은 재임 시절부터 체구가 건장하고 힘이 좋아 보이는 선수를 굉장히 선호했다. 미디어에서도 밥 잘 먹는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 더 해주던 야구인이 바로 김 감독이었다. 분당 야탑고-제주 국제대(전 탐라대)를 거친 송창현은 사실 다른 야구 관계자들에게도 생소한 인물이지만 140km대 초중반의 묵직한 직구를 구사하는 좌완 유망주로 알려져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야인으로 제주도에 머물 때 직접 눈여겨 본 선수라는 점에서 향후 ‘코끼리 키드’로 자라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2000년 해태 감독 재임 시절에도 황두성, 곽채진, 소소경 등은 물론 당시 신인 좌완이던 강영식과 숙식을 함께 하며 생양파를 직접 주는 것은 물론 고영양식을 듬뿍 제공했던 바 있다.
이는 감독이 직접 지목해 키운다는 특혜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만큼 개인 시간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감독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김 감독은 이듬해 삼성으로 옮겨가며 외야수 신동주를 주고 강영식을 데려와 사장으로 재임하던 2006년까지 함께 했다. 그 뿐만 아니라 김 감독은 야인 시절 자신의 모교인 부산 개성고 출신 김민식(SK), 심재민(개성고 2학년) 등에게도 물심양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 부임 후에는 190cm 이상의 장신 투수 이태양, 김주 등을 눈여겨 본 김 감독이다.
일단 좌완 송창현을 지목해 데려왔다는 점은 대형 좌완 유망주인 유창식(20)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도 같다. 계약금 7억원의 거액을 받으며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은 올 시즌 27경기 6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4.77을 기록했다. 2년차 좌완이 1군에서 기회를 얻으며 이 정도 기록을 남겼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7억팔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 와중에서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좌완 유망주를 직접 지목해 중심타선에 배치되었던 베테랑 타자를 주고 데려왔다. 유창식 입장에서 그저 이 상황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의 출발점은 유창식이 앞설 지 몰라도 송창현의 성장세가 돋보인다면 유창식의 가장 강력한 팀 내 대항마로도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또한 김 감독은 삼성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강력한 관리 야구를 통한 선수단 운용을 꾀했다. 김 감독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삼성은 신인 선수 입단 계약을 치르면서 부모 대동 하에 ‘3~5년 간 자가용 없이 경산 볼파크에서의 숙식과 경기장 이동’을 약속받는 구단이었다. 어린 선수가 일찍 밤이슬의 맛을 알고 팬들의 성원에 쉽게 우쭐해지지 않는 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책략이었다. 이는 삼성이 2000년대 후반 점진적으로 리빌딩에 성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김 감독이 지목한 유망주가 모두 포텐셜을 터뜨린 것은 아니다. 강영식은 삼성-롯데 소속으로 1군 계투요원으로는 활약했으나 선발 에이스로는 자라나지 못했다. 삼성 감독 시절 거의 아들처럼 보살폈던 좌타 거포 곽용섭은 방출 후 LG에서 새 야구인생을 꾀했으나 소리 소문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코끼리 키드’ 탄생 서막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로 시선을 한정시킬 수 없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빈손으로 철수한 ‘김응룡호’의 한화가 본격적인 관리 야구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하드웨어의 좌완 유망주를 얻기 위해 한화는 중심타선에 서던 장성호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지난 15일 NC의 선수 우선 지명 때는 1년 전 FA 시장에서 데려왔던 베테랑 계투 송신영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에이스 류현진은 LA 다저스로 발을 거의 들여놓은 가운데 박찬호도 현역 생활 지속 여부를 알 수 없다. 올해 주축으로 활약하거나 검증된 선수들의 이탈이 숱한 만큼 팀 재편이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서 김 감독의 송창현 지목과 영입은 한화를 ‘유망주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무언의 포효와 같다. 이미 김 감독 부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구장 크기가 작다”라는 이야기에 홈플레이트에서 펜스 중앙의 거리를 늘리는 계획이 정해졌을 정도다. 이미 야구인으로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지도자로서 확실한 맺음을 노리며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비시즌 동안 한화는 굉장히 크게 바뀌고 있다. 최근 2년 간 8개 구단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되며 감독이 고개를 떨구는 야구로 변모하는 듯 했던 리그. 김 감독의 카리스마는 한화를, 그리고 리그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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