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아버지 같다면 수석코치는 엄마 같다는 말이 있다.
전체 팀의 큰 판을 짜야 하는 감독이 권위있는 가장과 같다면 수석코치는 감독과 선수들을 연결하고 선수들 하나하나를 다독일 줄 아는 어머니와 같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석코치는 어려운 자리다.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을 진행중인 이강철(46) 넥센 수석코치는 선임 약 1달 여만에 넥센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다.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선수들의 습성을 일일이 파악해 지도하고 있다. 칭찬에 목마른 선수에게는 칭찬을, 조용한 선수에게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먼저 건네는 '맞춤형 교육'이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 복도에서 매일 이뤄지는 투수들의 쉐도우 피칭 훈련. 옆에 있는 한현희를 가르치면서도 복도 반대쪽 멀리서 쉐도우 피칭을 하는 신인 조상우에게 "왼쪽 다리를 더 끌고 나가라"고 조언하며 모두에게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이 코치의 특징이다.
이 코치는 마무리 훈련 중 "선수들 하나 하나 성격이 다르다. 내가 똑같이 다가가면 통하지 않는다. 내가 잘했던 것을 생각해도 안된다. 어떤 선수는 무엇을 잘 하는지를 찾아 대화를 통해 그 점을 키워주고 안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게 코치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이 주문한 '소통'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선수들도 이 코치와 이미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이 코치의 수제자가 된 한현희는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코치님이 조언해주시는 게 실제로 도움이 많이 돼 연습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강윤구도 "코치님은 하나 하나 다 세심하게 이야기하면서 가르쳐주시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넥센에 와서 느낀 것은 다듬어지지 않은 좋은 원석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야구 지도자라면 누구나 넥센에 와서 가르쳐보고 싶어할 것이다. 오래 머문 팀(KIA)을 떠난 것은 아쉽지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은 나에게도 좋은 일 같다"고 한 달 간 느낀 점을 밝혔다.
적응을 마친 이 코치가 염 감독을 도와 '젊은 넥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비록 한 달이지만 지금까지 이 코치가 밟아온 행보라면 넥센 선수들과의 궁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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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에서 한현희를 지도중인 이강철 수석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