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보강' 롯데, 두산 발 마지막 퍼즐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8 06: 54

톱타자와 클린업 한 축을 맡던 타자를 잃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종료만 해도 핵폭탄급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런데 현 상황으로 봐서는 낙진이 없다. 오히려 상대팀에서 알려지지 않은 좌완 유망주를 선택해 기교파 베테랑 좌타자를 수혈했고 전도유망한 사이드암까지 보상선수로 데려왔다. 남은 것은 야수층이 두꺼운 팀에서 보상선수를 수혈하는 한 가지가 남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28일 두산 베어스에서 누굴 보상선수로 택할 것인가.
롯데는 FA 시장에서 톱타자 김주찬(31)을 KIA로 떠나보내고 클린업 트리오 한 축을 맡으며 FA 이적 최대 성공작이 된 뒤 자격을 재취득한 홍성흔(35)을 두산으로 보냈다. 이 때만 해도 롯데는 FA 시장의 패배자가 된 듯 했고 김시진 신임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에 이어 주축 선수와 또 이별하는 비운을 맛보는 듯 했다.
그런데 27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는 오전 한화에서 ‘스나이퍼’ 장성호(35)를 수혈했다. 반대급부로 보낸 선수는 기존 1군 전력이 아닌 입단 예정 신인이던 좌완 송창현(22, 제주 국제대 졸업 예정)이다. 송창현이 어떻게 성장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현재로 봤을 때는 지명타자-1루수로 활용이 가능한 장성호를 얻은 롯데 쪽에 무게가 기우는 것이 사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KIA의 전신) 데뷔 이래 통산 2할9푼7리 216홈런 1000타점을 올린 검증된 베테랑이다.

비록 2008시즌 이후 4년 연속으로 3할 타율에 실패했을 뿐 더러 한화에서는 잇단 부상 등으로 인해 평균 타율 2할5푼 가량에 머물렀던 장성호지만 롯데는 한화보다 전체적인 야수진 구축이 잘 되어있는 팀이다. 롯데는 장성호가 홍성흔의 이적 공백을 메우는 클러치 히터로 활약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어 오후에는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1년차 우완 사이드암 홍성민을 지명한 롯데다. 홍성민은 올 시즌 48경기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꽤 괜찮은 공을 던졌다. 정통파 투수가 아님에도 140km대 중반의 직구를 던질 수 있고 191cm의 신장에 비해 78kg로 체구가 호리호리한 편. 향후 체구를 더욱 탄탄하게 갖춘다면 파이어볼러 잠수함으로의 변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유망주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유망투수를 수혈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두산에서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권을 사용하는 것. 이전부터 두산은 ‘내야만 따지면 두 팀을 꾸릴 수 있는 구단’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한때 두산은 주전 선수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는 신예 야수들의 잇단 출현에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로도 대표되던 팀이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롯데가 가장 수혈하고 싶어 하는 포지션은 김주찬이 떠난 외야다. 코너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빠른 발을 갖춘 우타자 김주찬. 시즌 막판 경찰청을 제대하고 1군에 등록된 민병헌이 기존 김주찬의 색깔과 유사한 선수다. 민병헌은 정수빈의 안면 골절상으로 인해 다급하게 1군에 올렸던 선수로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송구 능력이나 수비력은 오히려 김주찬보다 나은 편이다. 그러나 만약 민병헌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롯데에 뺏긴다면 두산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내야진은 두산이 보호선수 명단 작성에 있어 가장 골몰한 포지션이고 롯데도 탐을 내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최주환, 허경민 등 군 제대 후 복귀한 유망주들이 1군에서 힘을 보태며 ‘보호해야 할 인재’로서 가치를 보여줬다. 이미 주전 유격수 손시헌을 비롯해 고영민, 오재원, 이원석, 김재호 등 내주기 아까운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두산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김시진 감독은 넥센 재임 시절 “김재호가 손시헌의 부상 공백을 굉장히 잘 메우더라”라며 높게 평가한 바 있으나 두산에서도 김재호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까지 갖춘, 내주기 힘든 존재다. 고영민의 경우는 최근 4년 간 부상으로 고전했고 2루 외 다른 포지션 소화 능력이 다소 아쉽지만 뛰어난 주루 센스와 무시하지 못할 손목 힘을 갖추고 있어 두산에서도 아까워하는 선수다.
투수진도 롯데가 탐낼 만한, 그리고 두산이 지켜야 할 선수들이 많다. 2년 전 장성호의 맞트레이드 상대로도 거론되었던 우완 김상현은 팔꿈치 수술과 재활 여파로 올 시즌 필승조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춘 데다 커브-슬라이더 구사력이 뛰어나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건강하다면 4,5선발을 꿰찰 만한 투수다.
올 시즌 두산의 5선발로 활약한 김승회는 박복한 승운으로 6승에 만족해야 했으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2회를 기록한 좋은 투수다. 최고 153km의 직구를 던지는 김강률은 시즌 막판 필승조로 자라날 만한 가능성을 비췄다. 롯데는 경험 많은 좌완 이승호를 NC에 내줬으나 두산도 기량만 회복한다면 A급 필승 계투인 사이드암 고창성을 뺏겼다. 야수진에 비해 층이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두산 투수진도 롯데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1군 뿐만 아니라 퓨처스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또한 높아지면서 구단들도 유망주와 1.5군급 선수들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시점. 고르려는 자와 최대한 지키려는 자의 눈치 싸움은 28일 어떻게 결론이 날까.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