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을 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재기에 성공한 KIA 우완투수 김진우(29)가 보직에 관계없이 팀을 위해 몸을 내던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발이든 소방수이든 풀타임 활약을 펼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재기를 도운 감독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이다.
김진우는 올해 10승 5패, 방어율 2.90을 기록했다. 4년간의 방황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더욱이 WBC 예비명단에 포함돼 10년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 수 있게 됐다. 공식적인 재기상이 있다면 그의 몫이 됐을 것이다.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4년만에 거의 풀타임을 보낸 탓에 김진우는 종아리 근육통으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 재활군에 남아 시즌의 피로를 풀면서 체력훈련과 치료를 병행했다.
지난 28일 광주구장 체력단련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이번 시즌 10승을 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 WBC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일도 마찬가지이다. 시즌들어 조금씩 기회가 주어지고 선발투수로 정착이 되면서 내 볼이 좋아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김진우가 밝힌 올해 재기의 비결은 제구력과 선동렬 감독이었다. 그는 "제구력이 잡힌 것이 다시 10승을 따낸 비결이었다. 감독님이 하체이동 주문하셨는데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하체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만일 미들맨으로 나갔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님이 선발투수로 꾸준히 기회를 주셨고 4이닝, 5이닝, 나중에서 9이닝을 던져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는 보완점도 있었다. 김진우는 "잘 던지다 갑자기 연속으로 스리볼, 포볼을 내주는 경우가 있다. 투스트라이크, 투아웃 이후 갑자기 무너지곤 했다. 아무래도 유리한 상황에서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이것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시즌 김진우의 보직은 유동적이다. 선감독은 팀에 소방수가 없기 때문에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을 기용할 방침을 갖고 있다. 김진우도 소방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진우는 "소방수를 맡기신다면 영광이다. 무조건 감독님 뜻대로 따르겠다. 신인시절(2002년) 소방수로 나섰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다. 지금은 상대와 수싸움도 할 수 있다. 연투능력도 충분하다. 나는 던지는 체력은 좋다"고 웃었다.
그의 진정한 목표는 가을야구이다. "올해는 4강에 가서 플레이오프도와 한국시리즈도 하고 싶었다. 열심히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남들의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제대로 준비해 내년에는 반드시 4강 뿐만 아니라 우승까지 노려보겠다. 이것이 나를 도와준 구단이나 감독님, 동료들에게 빚을 갚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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