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극장가에서 약진이 두드러진 멜로 장르 속 화제작들은 크게 '첫사랑'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다른 것은 남자의 첫사랑과 여자의 첫사랑이다.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최고 멜로 흥행작으로 등극한 '건축학개론'과 하반기 최고 흥행으로 올 한국영화 톱3에 오른 '늑대소년'은 올해 멜로 신드롬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 작품은 각각 정통 멜로, 판타지 멜로란 장르로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달했다.
장르나 내용은 전혀 달라도 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첫사랑'이다. 특히 '건축학개론'은 남자의 첫사랑, '늑대소년'은 여자의 첫사랑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영화 모두에게 첫사랑은 영원불멸한 존재로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관객몰이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학개론'은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어느 날 오래전에 사랑했던 첫사랑 여인이 찾아와 건축가인 남자주인공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담한 터치로 그린 이 영화에서 이제훈-엄태웅의 첫사랑인 수지-한가인은 누구나 첫사랑하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비주얼과 이미지로 보는 이를 몰입시켰다.
실제로 수지와 한가인을 보며 많은 남성 관객들이 '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수지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한 편의 집을 짓듯 첫사랑의 추억을 현실로 완성한 남자주인공은 모든 남성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볼 만한 꿈일 수 있다.
'늑대소년'은 반대로 여자의 첫사랑이다. 당초 여주인공 박보영이 수지 다음으로 첫사랑 아이콘의 바통을 이어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첫사랑의 아이콘은 남자배우 송중기가 됐다. 그럴 것이 이 작품은 '건축학개론'과는 반대로 여성관객들을 자극하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이 90년대 복고 감성과 함께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첫사랑과의 재회란 남자들의 판타지를 녹여냈다면, '늑대소년'은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이 바뀌어도 영원히 자신만을 기다리고 사랑해주는 여성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건축학개론'은 30대는 물론 40대 이상 남성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늑대소년'은 10~2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타겟을 정확히 집고 그에 맞춘 기획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올해 멜로 장르 선전의 한 요인으로도 평가받는다. 분명한 것은, 올 멜로 영화들의 관객들의 대리 만족을 충분히 해줬다는 점이다. '건축학개론'의 연출을 맡은 이용주 감독은 "사실 어느 날 갑자기 첫사랑녀가 자기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찾아오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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