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역발상이 KIA와 두산의 허를 찔렀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더 큰 전력보강이었다. 자칫 최악이 될 수도 있었던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롯데는 28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FA로 이적한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투수 김승회(31)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승회는 올 시즌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24경기에 나가 6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2번이나 기록했고 데뷔 이래 가장 많은 120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과 중간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을 FA 시장에서 잃은 롯데는 이로써 보상선수 지명을 완료했다. 전날(27일) KIA로부터 사이드암 홍성민(23)을 지명한 롯데는 이날 김승회까지 영입하며 착실하게 마운드를 보강했다. 타선은 출혈이 컸지만 적어도 투수진을 놓고 보면 올 시즌 이상의 전력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예상과는 다른 선택이다. 김주찬과 홍성흔은 모두 야수였다. 두 선수를 잃은 롯데로서는 타선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때문에 보상선수로도 야수들을 데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롯데는 보상선수로 모두 투수를 지목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롯데가 야수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했던 KIA와 두산은 상대적으로 야수들을 더 많이 보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가치라면 야수를 더 먼저 우선순위에 뒀다는 뜻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준급 투수 자원들이 시장에 나왔고 롯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타선은 한화와 장성호 트레이드를 추진함으로써 보강을 이뤄냈다. 보상선수 명단을 본 순간부터 애당초 야수보다는 투수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증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유망주 송창현을 내주기는 했지만 신인이라는 점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투수 출신의 김시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도 이런 보상선수 지명 전략의 단초가 됐다. 김 감독은 마운드의 높이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어차피 타선의 공백을 만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역으로 마운드를 강화해 승부를 봤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승회는 부실해진 선발진에 투입할 수 있고 홍성민은 기존 정대현 김성배와 함께 강력한 옆구리 라인을 형성할 수 있는 재원이다.
이제 관건은 강해진 마운드의 힘이 타선의 약화를 얼마나 메워줄 수 있느냐다. 롯데 타선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과 리그 정상을 다퉜다. 그러나 작년에 이대호(오릭스), 올해는 김주찬 홍성흔을 연이어 잃으며 힘이 계속 빠지고 있다. 장성호를 품에 안기는 했지만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결국 김시진 감독의 투수 조련술이 다음 시즌 롯데 성적을 쥐고 흔들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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