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왜 김승회를 묶지 못했을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8 16: 56

선발-계투가 모두 가능한 투수. 올 시즌에는 팀 5선발로서 공헌했으나 적지 않은 나이가 보호선수 포함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두산 베어스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홍성흔(35)을 수혈한 대신 5선발 김승회(31)를 롯데 자이언츠로 내줬다.
롯데는 28일 FA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우완 김승회를 지명했다. 김승회는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120⅓이닝 6승 7패(평균 자책점 4.04, 퀄리티스타트 12회)를 기록했다. 배명고와 탐라대를 거쳐 2003년 두산에 입단한 김승회는 2006시즌 팀의 전천후 계투로 출장해 10홀드를 올린 전력도 갖고 있다.
이는 롯데의 마운드 보강 전략이 주효했음은 물론 지켜야 할 선수가 많았던 두산의 팀 상황도 염두에 둬야 했다. 두산은 이전까지 외부 영입보다 유망주 내부 육성에 힘쓰던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팀이었고 실제로 주전 야수들의 대부분은 FA 시장에서 수혈된 선수가 아니라 팀 내부에서 큰 선수들이었다.

지난 18일 홍성흔이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두목곰’ 김동주(36)와의 공존 여부.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 4번-홍성흔 5번의 전략을 쓸 수 있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김동주를 전력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동주는 '보호해야 하는 선수’였다.
내야진만 해도 오재원, 이원석 등 주전급 야수는 물론 새로운 4번 타자 노릇을 했던 윤석민이나 김재호, 최주환, 허경민 등 재능을 갖춘 야수들이 많았다. 최근 4시즌 동안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던 고영민도 타 팀으로 갈 경우 부메랑이 될 만한 선수였고 경찰청 제대 후 곧바로 1군에 등록되었던 민병헌도 두산 입장에서는 보호해야 할 외야 유망주였다. 그렇다면 보호 선수 명단 작성은 투수 쪽으로 넘어간다.
노경은, 이용찬 등 국내 선발진 주축이 된 선수들은 당연히 ‘언터처블’ 선수들이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도 올 시즌 흔들리기는 했으나 2009년부터 꾸준히 145이닝 이상을 꼬박꼬박 던진 주축 투수다. 고창성(NC)을 잃은 상황에서 신인 사이드암 변진수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투수였고 광속 우완 김강률도 두산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유망주다. 셋업맨 홍상삼도 당연히 ‘언터처블’ 투수였다.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은 현재 두산 시나리오에서 승리 계투조에 들어가야 하는 불펜진 좌완이다. 여기까지만 언급해도 투수만 7명이 나온다.
결국 5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30대 투수인 김승회가 롯데의 보상선수로 결정되고 말았다. 구단 관계자는 “20인 보호 선수 범위에 마음처럼 선수들을 모두 넣을 수 없었다. 그 점이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들 누구나 인정하는 착한 성품을 갖춘 김승회는 내달 2일 백년가약을 맺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예정인 투수다. 선수 본인으로서도 올 시즌 첫 선발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뜻깊은 한 해를 보냈으나 비시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적의 길을 밟게 되었다. 타 팀에 내주기 아까운, 그러나 20인 명단을 채우는 과정에서 김승회를 누락한 두산의 한숨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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