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롯데가 바라본 지점은 마운드였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붙박이 테이블 세터 김주찬과 4번 타자 홍성흔을 잃었다. 타선의 공백이 도드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워 넣었다. 27일 KIA로부터 사이드암 홍성민을 지명한 롯데는 28일 두산에서는 김승회를 영입함으로써 보상선수 지명을 마무리했다.
팀 색깔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만하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화끈한 방망이의 팀으로 명성을 날렸다. 정교함은 물론 상대 마운드를 융단 폭격하는 장타력까지 돋보였다. 상대 팀 사령탑들이 롯데를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한 방”을 손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팀 사정상 그 기조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지난해에는 간판타자 이대호가 일본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는 김주찬 홍성흔이 빠져 나갔다. 이제 더 이상 롯데 타선을 리그 정상급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졌다. 이리저리 빈자리가 큰 상황에서 전력보강의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롯데는 변화를 선택했다. 투수 조련의 대명사인 김시진 감독을 영입하며 마운드 개편에 나섰다. FA 시장에서 원하는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으나 이는 오히려 개편 의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양승호 전 감독 시절부터 천천히 진행된 변화에 액셀레이터를 밟은 모양새다.
김승회는 올 시즌 두산의 5선발로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 120⅓이닝을 던졌고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12번이나 기록했다. 올해 기세를 이어간다면 유먼 송승준 이용훈 고원준 등과 함께 선발진을 이끌 후보로 손색이 없다. 사도스키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뽑는다면 언제든지 중간으로 돌릴 수 있다. 활용도가 높다.
홍성민은 양승호 전 감독이 올해 구축한 불펜 야구에 도움이 될 만한 자원이다. 이미 선동렬 KIA 감독으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비슷한 유형의 정대현 김성배가 버티고 있음을 감안하면 자리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게 현장의 최근 시각이다. 또 롱릴리프로 쓸 수도 있어 적지 않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젊은 나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롯데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48로 삼성(3.39)에 이어 리그 2위였다. 약해진 타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 수준급 마운드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이제는 방망이가 아닌 마운드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야구를 기대할 수 있는 롯데다. 투수의 팀으로 거듭난 롯데가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