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역전드라마’ 쓴 현대캐피탈의 계산된 ‘변수’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1.29 06: 59

죽음의 3연전 마지막 대결이었다. 기분 좋은 개막 3연승을 달리던 현대캐피탈은 강적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을 연달아 만나면서 죽음의 3연전을 맞았다. 결과는 3연승 후 2연패. 높이만큼은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현대캐피탈이지만 바로 그 ‘높이’에 발목을 잡힌 결과였다.
2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죽음의 3연전 마지막 일정을 가진 현대캐피탈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1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블로킹 수 5-11로 높이에서 밀렸던 현대캐피탈은 이날 변화를 노렸다. 1라운드에서 밀렸던 부분들에 대해 전술적인 면은 물론 다각도로 변화를 모색했다. 준비를 많이 한 셈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권영민 대신 최태웅을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킨 점이었다. 1라운드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는 권영민이었다. 대한항공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는 최태웅이 1세트부터 코트에 들어섰다. 결과는 썩 좋지만은 않았다. 1세트부터 대한항공은 높이로 다시 한 번 현대캐피탈을 무너뜨렸다. 1, 2세트 통틀어 단 2개의 블로킹밖에 성공하지 못한 현대캐피탈은 9개의 블로킹을 쏟아낸 대한항공에 속절없이 끌려갔다. 최태웅은 1세트 후반 권영민과 교체됐다.

하지만 흐름은 3세트에서 바뀌었다. 1, 2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던 현대캐피탈은 3세트부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노림수에 막혀있던 문성민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현대캐피탈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가스파리니도 펄펄 날았다. 박빙의 대결에서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현대캐피탈은 3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의 불씨를 살렸다.
4세트, 하종화 감독은 최태웅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이 하경민과 마틴 등의 블로킹 3개를 연속으로 묶어 시작부터 0-5로 점수를 벌린 타이밍이었다. 이 세트를 빼앗기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에서 하 감독은 최태웅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최태웅은 5-4까지 따라붙은 상황에서 마틴의 날카로운 오픈 공격을 디그로 걷어냈고, 이를 이선규가 세트로 넘기면서 하경민의 디그 범실을 유도해 5-5 동점을 만들었다. 흐름이 완벽하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 하 감독은 ‘키플레이어’를 골라달라는 질문에 “가스파리니도, 문성민도 우리 공격의 핵심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키플레이어는 최태웅”이라고 이야기했다. 대한항공만 만나면 높이서부터 밀리는 현대캐피탈이 빼어든 비장의 한 수였던 셈이다. 비록 1세트에는 뜻대로 풀리지 않아 고전했지만, 이후 다시 투입했을 때 원하던 효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하 감독은 “최고의 세터를 두 명 데리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그러신다. 그에 대한 고민이 좀 많다”며 최태웅과 권영민의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1라운드를 권영민이 소화했는데, 삼성화재나 대한항공전에서 패배가 있었다. 변화를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최태웅을 선발로 기용한 이유를 밝힌 하 감독은 “최태웅을 너무 밖에만 세워놓아서는 안되지 않겠나. 경기감각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2라운드는 적절히 기용해서 갈 생각이다”라며 앞으로도 최태웅을 선발로 기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현대캐피탈의 역전승을 이끈 ‘변수’ 최태웅은 이날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연 최태웅이 2라운드서 현대캐피탈의 도약을 이끌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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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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