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효과’ NRW 트로피, ‘올림픽 리허설’ 소치 GP 압도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1.29 06: 59

“그래미 시상식 대신 전국노래자랑을 보러가겠다고?”.
피겨계가 술렁이고 있다. 올 시즌 그랑프리시리즈를 결산하는 그랑프리 파이널이 2014 러시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소치에서 개최된다. 사실상 ‘올림픽 리허설’이나 마찬가지인 중요한 무대다. 그랑프리 시리즈의 우승자들이 한 무대에 모이는 그랑프리 파이널은 피겨팬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꿈의 경연이다.
하지만 바로 이 그랑프리 파이널이 빛을 잃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작은 국제대회 때문이다. 정확히는 이 작은 국제대회에 참가를 결정한 김연아(22, 고려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티즌들의 농담처럼 피겨계의 ‘그래미 시상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랑프리 파이널이 김연아 효과로 인해 ‘전국노래자랑’급의 국제대회에 밀린 셈이다.

김연아는 지난 10월 26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개최되는 ‘NRW트로피’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현역복귀를 선언한 김연아가 약 1년 8개월 간의 공백을 깨고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선보이는 대회라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김연아의 복귀 무대가 그랑프리 시리즈나 세계선수권대회가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김연아는 올 시즌부터 개정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칙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최소 기준점수를 충족시켜야한다. ISU가 정한 기준 기록은 쇼트프로그램 기술점수(TES) 28점, 프리스케이팅 48점이다.
평소 김연아의 실력이라면 무리없이 달성할 수 있는 점수지만 변수는 한 시즌 동안의 휴식과 체력적인 문제다. 새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응했는지도 관건이다.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은반에 복귀하는 김연아는 만약을 위해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도 출전 신청을 해둔 상태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NRW트로피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와 프리 프로그램 '레 미제라블'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유럽 팬들은 물론 국내 열성팬들까지 NRW트로피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그 결과 NRW트로피는 현장 판매 방식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티켓 판매 방식을 아예 사전 예매제로 바꿨다. 그리고 예매가 시작된 지 불과 6시간 반 만에 사상 유례 없는 티켓 매진 사례를 기록해 대회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김연아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가 자신의 복귀 무대로 NRW트로피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또 한 명의 올림픽 챔피언이 이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보냈다. 이름도 쟁쟁한 ‘차르’ 예브게니 플루셴코(30, 러시아)가 그 주인공이다. 졸지에 두 명의 챔피언을 맞이하게 된 NRW트로피는 기쁨을 넘어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여기에 현 월드챔피언인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 페어도 이번 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5차 그랑프리 대회를 기권하면서 NRW트로피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예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열기에 놀란 것은 NRW트로피 주최측만이 아니었다. NRW트로피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이 작은 국제대회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자 이 대회 관계자들이 당황한 것. 김연아의 복귀가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오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외신들조차 그랑프리 파이널보다 NRW트로피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인 이그재니머는 “NRW트로피가 그랑프리 파이널에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다. 김연아가 이 대회를 통해 복귀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하며 ‘김연아 효과’가 그랑프리 파이널을 침몰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시카고 트리뷴지 역시 “김연아가 복귀하는 NRW트로피는 그랑프리 파이널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 복귀라는 나비효과가 이토록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그를 넘어서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나 마찬가지인 피겨계, 특히 여자 싱글 스케이터 사이에서 김연아는 1년 8개월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다. 김연아가 사라졌던 1년 8개월 동안 그를 뛰어넘는 ‘스타’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사람들은 결국 김연아의 복귀에 더욱 열광하게 된 것이다.
실력으로 말하는 냉정한 피겨계에서 김연아 복귀가 미치는 효과는 분명히 눈여겨볼만한 것이다. 선수 한 명의 복귀가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김연아’라는 이름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시켜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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