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접전이다. 이대로라면 프로라고 절대 안심할 수 없다.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이 맞붙는 프로·아마 최강전이 첫 날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막전에서 SK가 연세대에 진땀승을 거두더니 두 번째 경기에선 중앙대가 디펜딩 챔피언 KGC를 꺾었다.
두 경기 모두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흘러간 가운데 대학팀이 프로팀에 주도권을 가져갔다. 중앙대는 KGC를 상대로 시종일관 리드를 잡았고 SK에 패한 연세대도 4쿼터 중반까지는 앞서있었다. 전반적인 운동능력을 놓고 봤을 때 대학생들과 프로 선수들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전술적으로도 대학팀이 프로팀에 말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연세대의 허웅, 천기범은 빠른 스피드와 독창적인 플레이로 SK 백코트진을 능수능란하게 상대했다. SK가 시종일관 프레스를 걸고 특유의 3-2 지역방어를 펼쳤음에도 손쉽게 이를 무너뜨렸다. 중앙대 이호현·전성현은 68점을 합작할 정도로 KGC 수비를 압도했다. 전성현이 전반 내내 날카로운 점프슛으로 26득점했고 후반에는 이호현이 스피드로 프로 선수들을 따돌렸다. 사실 유니폼이 아니었다면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선수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프로팀이 고전한 데에는 나름의 원인이 있다. 프로팀들은 애초에 주전급 선수들을 출장시키지 않았고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후보 선수, 혹은 2군선수를 기용했다. 대부분의 프로 팀들이 시즌 중 열린 대회기 때문에 이번 기간을 주축선수들의 휴식과 부상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결국 출장하는 선수들끼리의 기본적인 세트오펜스는 물론, 복잡한 변칙수비를 구사함에 있어 필요한 호흡이 부족했다.
중앙대 김유택 감독은 KGC를 꺾은 뒤 “프로와 아마추어가 정상적인 전력으로 붙으면 아마추어가 이기기 쉽지 않다. 시즌 중이라 프로가 100%전력을 갖고 나올 수 없다. 기존 중요한 선수를 빼고 경기하기 때문에 프로가 시스템적으로 불리하다”며 “선수 호흡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 프로서 뛰는 선수들이 학생 선수들보다 낫지만 (경기력은) 선수단 호흡이 좌우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팀 역시 프로팀과 마찬가지로 열악하다. 지난 10월 드래프트에서 4학년 주축선수들이 프로입단과 동시에 대거 팀을 이탈해 남은 선수들로 판을 짜야한다. 덕분에 경기에 출장하는 연령층이 수직하강했는데 연세대의 경우 1·2학년들과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예비 입학자를 포함한 8명이 가용자원의 전부였다. 프로팀은 패배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프로농구 출범 이전에는 매년 겨울마다 실업팀과 대학팀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지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당시 대학팀들은 실업팀을 상대로 패기를 앞세워 무섭게 돌진했고 실업팀은 ‘후배들에게 절대 질 수 없다’며 자존심을 지키려했었다. 지금보다 농구의 인기가 몇 배는 많았던 시절이었다.
대학팀이 실업팀을 이기는 날에는 대학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실업팀은 후배들의 기세에 긴장했다. 이번 대회 첫 날도 마찬가지였다. 리드를 잡은 대학생들은 자신감이 생겼고 프로 선수들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앞으로 프로팀들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긴장할 것이고 대학팀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일 것이다. '농구대잔치' 시절의 향수를 느끼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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