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대전구장 확장, 한화에 미칠 영향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29 07: 28

더 이상 미니 구장은 없다.
한화가 홈으로 쓰는 대전구장이 잠실구장 다음 가는 중형급 구장으로 거듭난다. 기존의 좌우 97m, 중앙 114m, 펜스 높이 좌우·중앙 2.8m로 1군 메인 구장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였던 대전구장이지만, 올 겨울 70일간의 공사를 통해 좌우 99m, 중앙 121m, 펜스 높이 좌우 3.2m, 중앙 4m로 탈바꿈한다. 김응룡 감독의 요청과 함께 대대적으로 변화한 대전구장이 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 시즌 데이터로 그 가능성을 점쳐본다.
▲ 투수들에게는 최고의 호재

한화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4.55)에 그쳤다. 하지만 원정 66경기만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 4.02로 낮아진다. 문제는 홈경기였다. 대전·청주 홈 6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04로 원정경기보다 1점 이상 더 높았다. 홈-원정 경기에서 극심한 편차를 보인 것이다. 에이스 류현진(3.08-2.05)부터 박찬호(6.46-3.16) 양훈(6.23-4.50) 바티스타(5.18-2.03) 송창식(3.72-2.02) 안승민(5.50-3.93) 유창식(6.69-3.84) 송신영(6.39-3.27) 등 대다수 한화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홈보다 원정이 낮았다. 김혁민(3.09-5.19)만이 거의 유일하게 예외.
홈경기에서 한화 투수들을 움츠러들게 만든 건 짧은 펜스였다. 한화는 올해 유일하게 세 자릿수 피홈런(106개)을 기록한 팀이다. 원정 66경기에서 34개밖에 맞지 않았지만, 홈 67경기에서 무려 72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피홈런 0.52개에서 1.07개로 원정보다 홈에서 두 배 이상 많은 홈런을 맞았다. 홈런에 대한 부담은 제구난도 불렀다. 9이닝당 사사구도 원정 3.89개에서 홈 4.62개로 증가했다. 홈런 맞을 부담감이 큰 대전구장에서 한화 투수들이 마음껏 기를 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한화에서 크게 성공한 외국인 투수도 없다.
투수들은 대체로 반기고 있다. "펜스 거리가 짧아서 홈런에 대한 부담이 컸다. 2~3m 차이가 정말 크다. 단순히 거리 차이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도 무시 못한다. 이제라도 구장이 커지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홈경기 성적이 더 좋았던 김혁민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제구가 되지 않을 때 한가운데로 던져도 홈런 맞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통산 성적만 봐도 대전구장이 투수들에게 미치는 압박감을 알 수 있다. 7시즌 통산 류현진은 홈(3.11)보다 원정(2.44) 평균자책점이 훨씬 좋았고, 9이닝당 피홈런 역시 홈(0.78개)보다 원정(0.51개)이 적었다. 펜스 확장은 한화 투수들에게 최고의 호재라 할 만하다.
▲ 타자들에게는 일장일단의 효과
올해 한화는 팀 타율 7위(0.249) 홈런 5위(71개)에 올랐다. 대전·청주 홈 67경기에서 팀 타율 2할5푼4리를 기록했지만, 원정 66경기에서는 타율이 2할4푼4리로 낮아졌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홈런 숫자. 홈경기에서는 44개의 홈런을 담장 밖으로 넘겼지만, 원정경기에서는 27개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홈런이 0.66개에서 0.41개로 줄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대전구장을 벗어나면 한화 타자들의 화력은 확실히 줄었다. 
타자들은 대체로 "감독님 결정이니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게 선수들의 몫"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대전구장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은 "작은 구장에서 짧은 타구가 홈런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얼마 없다. 웬만한 홈런들은 잘 맞은 타구이고 어느 구장에서든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비거리 기준으로 볼 때 김태균의 홈런 16개 중 대전구장에서만 가능한 홈런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나머지 15개는 잠실구장 제외한 전구장에서 넘어갈 수 있는 타구였다. 4개의 홈런만 잠실구장에서는 홈런이 될 수 없었다.
문제는 대전구장이 잠실구장 다음 가는 규모로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태균의 경우 확장된 대전구장을 기준으로 삼으면 홈런이 안 될 타구가 2개 있다. 선수 개인에게는 1~2개로 큰 차이가 아니지만 팀 전체로 확장하면 홈런의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어차피 크게 칠 수 있는 거포가 얼마 없다"며 개의치 않아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1년에 겨우 홈런 3~4개 칠 타자들이 큰 것을 노리며 홈런 스윙을 하면 안 된다. 짧고 간결하게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장이 커지면 장타 의식 스윙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 넓어진 외야, 수비에 미칠 영향은
김응룡 감독이 구장 펜스 확장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는 수비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구장이 작으니까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없다. 대전구장은 다른 곳보다 펜스가 짧아 외야수들의 움직임에서 두세 걸음씩 차이 난다. 이런 차이가 크다. 외야에서 엉뚱하게 공을 놓치거나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다 대전구장에 적응된 영향이다. 괜히 엉뚱한 플레이 나오는 게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한화 외야진의 레인지 팩터는 6.05로 8개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전체적인 수비 범위가 넓지 못했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다. 대전구장 외야 확장은 수치상으로 쉽게 나타날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외야수 정현석은 "대전구장 펜스가 확장된다는 소리 들었을 때부터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구 판단과 스타트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야 수비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자칫 한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화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외야 수비력을 키우고, 중계 플레이도 긴밀하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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