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일 줄은 몰랐어요".
KIA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가 30일 끝난다. 지난달 17일부터 장장 45일짜리 훈련이다. 마무리 훈련이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스프링캠프와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선동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들의 의지는 남달랐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은 분위기였다. 혹독한 훈련량에 지쳐있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는 활력이 넘쳤다. 이유는 선동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변화였다. 선감독은 캠프에 앞서 코치들에게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훈련스케줄을 짜고 선수들을 지도해달라"고 주문했다.

선 감독은 일일히 참견하지 않고 모두 코치들에게 자기분야를 맡긴다. 이순철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치들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이 수석코치는 "최희섭 등 선수들은 칭찬을 해주면서 끌고가고 있다. 이것이 조금씩 먹히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선동렬 감독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남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 부임하고 1년을 보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이자 국보투수라는 브랜드가 선수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올해는 선수들의 어이없는 플레이가 많았던 탓인지 언론을 통해 칭찬보다는 질책성 발언이 많았던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캠프에서는 선수들와 스킨십을 자주하고 있다. 농담과 칭찬으로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있다. 스트레칭을 하는 이용규에게는 "너는 가만 있어도 3할4푼에 도루 50개를 할 거지"라고 농담을 건넨다. 뒤늦게 합류한 나지완에게는 "너, 내년 1월까지 살 안빼면 연봉을 싹뚝 자르겠다"면서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나지완도 지지 않고 "저 실제로는 많이 안쪘어요"라고 대답해 선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백미는 최희섭의 노크사건이었다. 최희섭이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직후였다. 저녁에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라고 답했는데 조용했다. 잘못 노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똑! 똑!" 소리가 났다. 그래서 다시 "누구세요?"라고 말했는데도 조용했다. 그런데 한 2분 쯤 지났는데 "감독님, 저 희섭입니다"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
깜짝 놀라 방문을 열어보니 우람한 체구의 최희섭이 멋쩍은 얼굴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최희섭이 이례적으로 직접 감독방을 찾아 상담을 신청한 것이다. 최희섭은 작년 선감독 부임 직후 "야구를 못하겠다"면서 팀을 이탈했고 결국 1월 트레이드 파동까지 갔었다. 전지훈련에서 배제했고 백의종군했지만 각종 부상과 부진까지 겹쳐 제대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8월중 2군으로 내려갔고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자 몸을 추스려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다.
최희섭의 방문상담은 뜻밖이었다. 최희섭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모든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선 감독은 "희섭일줄은 몰랐다. 여러가지 문제로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니 안쓰러웠다.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고민이 있으면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훈련에 매진해 내년에는 함께 잘해보자 말했다"면서 웃었다.
최희섭의 방문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선 감독은 이미 최희섭에 앞서 국내에서 김상현, 이범호와도 면담을 갖고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그리고 이들 트리오는 1년만에 마무리 훈련장에 함께 모였다. 서서히 믿음과 신뢰를 전해주는 눈높이 리더십으로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모두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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