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선발진 강화에 한 몫을 했던 투수가 프리에이전트(FA) 보상 선수로 이적했다. 투수진으로 봤을 때 당연히 손실. 결국 유망주들을 다시 키워 공백을 메워야 한다.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5선발 김승회를 내준 두산 베어스의 비시즌 과제다.
2008년 11월 두산으로부터 FA를 통해 홍성흔을 영입했던 롯데는 지난 18일 홍성흔의 두산행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28일 롯데는 두산의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김승회를 콕 집어 데려왔다. 선발진과 외야진 중 선발진 보강을 택한 롯데의 선택 뒤로 두산은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2번에 6승 7패 평균자책점 4.04로 5선발로서 괜찮은 성적을 올린 김승회를 떠나보냈다.
올 시즌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의 활약과 이용찬의 성장, 노경은의 두각 속 의문부호였던 선발진을 느낌표로 만들었다. 맏형 김선우는 6승 9패 평균자책점 4.52로 아쉬움을 샀으나 후반기 평균자책점 3.42에 총 163⅓이닝으로 로테이션을 단 한 차례 빼고 개근하는 꾸준함을 보여줬다. 1선발부터 5선발까지 고루 좋은 활약을 펼친 2012시즌 두산 선발진이었다.

그러나 김승회의 롯데행으로 두산 선발진에도 변혁이 예상된다. 35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스콧 프록터와의 재계약 여부가 선발진 구상의 변수로 이어질 수 있으나 김진욱 감독은 “젊은 선발 투수를 키워 팀의 원동력을 만들고자 한다”라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다. 꼭 1년 전 두산은 니퍼트-김선우를 선발 원투펀치로 확정짓고 3선발부터 선발 경쟁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치른 바 있다. 올 시즌 개막 당시 두산의 3~5선발은 이용찬-임태훈-김승회였다.
이 경쟁이 벌어지기 전 선발 후보군으로 훈련했던 투수들은 김승회와 서동환, 홍상삼, 조승수, 좌완 정대현 등 영건들이었다. 이 중 조승수는 전지훈련 중간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 9월 공익근무 입대했다. 시즌 초반 계투로 탈삼진 능력을 자랑하던 서동환은 제구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군에 내려간 뒤 발목 부상으로 인해 결국 시즌을 2군에서 마쳤다.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까지 선발 훈련을 하던 홍상삼은 셋업맨으로서 22홀드(3위)를 수확, 보직은 달라졌지만 어쨌든 데뷔 이래 성공한 시즌을 보냈다. 이제 팀에서는 홍상삼을 새로운 마무리감으로 생각 중이다. 좌완 정대현은 시즌 중반까지 롱릴리프 등으로 기회를 얻다 후반기에는 구속, 제구에서 아쉬움을 사며 대체로 2군에서 뛰었다. 그 외에도 배후의 선발 유망주들이 있었으나 이원재는 공익근무, 이현호는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유망주 가운데서도 이탈한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고 선발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포수 용덕한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에서 건너 온 2년차 우완 김명성은 2군에서 구보 야쓰오 인스트럭터의 지도를 받으며 투구 밸런스를 재조정했다. 롯데 2군에서 밸런스 붕괴로 인해 최고 135km에 그쳤던 김명성은 현재 146km까지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변모했다. 기본적으로 변화구 구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은 갖춘 데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은 만큼 김명성은 의외로 1군 전력에 가까이 있는 투수로 분류할 수 있다. 서동환도 구보 인스트럭터의 지도 아래 감을 잡아나갔고 다시 5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유망주는 아니지만 올 시즌 초반 팔꿈치 재활로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 12년차 베테랑 우완 김상현도 내년 시즌 선발 후보다. 상무에서 제대한 좌완 원용묵도 알려지지 않은 5선발 후보다. 2005년 신고선수 데뷔 이래 투구폼이 많이 바뀌며 제 위력은 비추지 못한 원용묵이었으나 기본적으로 강한 어깨와 최고 147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지녔다. 이번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서 기량 성장폭이 꽤 컸다는 평이다.
김승회가 나가기는 했으나 선발 후보군은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이다. 문제는 후보만 있을 뿐 1군 선발로서 검증된 기량을 갖춘 투수는 냉정히 봤을 때 김상현 뿐이다. 따라서 아직 기량을 만개하지 못한 유망주 투수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기량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팀은 5선발을 잃었으나 선발 후보군들의 입장으로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도전장을 준비하지 못하고 무작정 선발 보직에 도전한다면 이는 개인으로는 물론 팀에게도 민폐나 다름없다. 김승회를 잃은 두산은 과연 누굴 새로운 5선발로 발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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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두산 베어스 제공.